낙마 땐 대통령 리더십 치명타 우려
靑 "수십명 검증했지만 인선 애로"
“그간 신문 하마평에 한 번이라도 오른 인사들까지 포함해 최소 수십 명을 이미 검증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검증대에 올려 들여다 보면 여기저기 곪아 있는 경우가 많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총리 인선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를 놓고 청와대 참모들이 내놓은 설명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만한 도덕성과 국정 2인자의 역할을 수행할 자질을 함께 갖춘 적임자를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청 “최소 수십 명 검증…인선 전망 안개 속”
청와대는 도덕성을 첫 번째 기준으로 후임 총리를 찾고 있다. 이완구 전 총리가 비리 문제로 중도 사퇴한 이후 여론의 도덕성 기준이 한껏 높아졌고, 야당이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준ㆍ문창극ㆍ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총리 후보자가 또 다시 낙마하는 참사가 벌어지면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총리를 개혁성과 추진력 등 자질을 첫 번째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데, 검증에 가로막힌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검증 관문을 통과하지 못한 인사들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총리 제안을 받고도 검증 정국이 두려워 손사래 치는 인사들도 있다고 한다.
총리가 없는 기형적 상황이 언제 끝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주 안에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박 대통령이 이완구 전 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지난 달 27일부터 따지면 공식적인 총리 공백 상태는 14일로 17일째고, 이 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난 달 21일을 기준으로 하면 24일째 총리 없는 내각이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노무현정부와 이명박정부에서도 총리 공석 상태가 한 달 안팎씩 이어진 경우가 있긴 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당장 후임 총리 후보자를 발표한다 해도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처리 등의 절차에 최소 2, 3주가 걸리는 만큼 이번 총리 공백은 한 달을 훌쩍 넘길 수 있다.
이완구 전 총리 검찰 출석…여권 “착잡하다” 야권 “엄정 수사하라”
이 전 총리의 검찰 출석을 지켜 본 여야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가슴이 아프다”는 말로 복잡한 심경을 표했다. 이날 당내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누구도 이 전 총리의 검찰 수사 문제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반면 국회 법사위 간사인 전해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증거 인멸 우려도 있는데 수사가 너무 지연되고 있다”며 “검찰은 수사에 속도를 내 공정한 결과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총리실 직원들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한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모여 이 전 총리의 검찰 출두 장면이 생중계되는 것을 지켜 보았다”며 “총리직이 공석이라 공무원연금 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가 표류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