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병원 75% 병원급 67%서 비전문의가 버젓이…
사고 위험 수도권보다 지방이 비율 높아
관리 주체 파악 등 대책 마련을
전국 2만여 병ㆍ의원에서 이뤄지는 전신마취(삽관)의 절반 이상(56.6%)이 마취전문의 없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非)마취전문의에 의한 전신마취 비율은 치과병원(74.5%)과 병원급(67.3%)에서, 지역별로는 부산(91.4%)과 경남(95.2%)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이사장 이국현)가 2011년 1월~2013년 12월 전국의료기관이 건강심사평가원에 청구한 요양급여비용 청구자료를 근거로 진료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한국일보가 14일 입수한 대한마취통증의학회의 ‘2011~2013년 의료기관 종별 전신마취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의료기관은 병원급 47.9%, 의원급 94.2%로 파악됐다. 같은 해 이들 병ㆍ의원에서 행해진 전신마취 총 4만7,172건 중 56.6%인 2만6,725건이 마취전문의가 없는 상태에서 이뤄졌다. 비마취전문의에 의한 전신마취 비율은 병원급 67.3%(1만8,405건), 의원급 40.9%(7,878건)로 병원급이 더 높았다.
서울 등 수도권보다는 지방, 특히 영남권 비율이 높았다. 경남이 95.2%(2,764건)로 가장 높았고, 이어 부산(91.4%ㆍ4,937건), 경북(85.4%ㆍ1665건), 인천(85.0%ㆍ792건), 충북(77.3%ㆍ810건), 대구(67.4%ㆍ2,480건) 순이었다. 전신마취가 가장 많이 행해진 서울에서도 2명 중 1명꼴(50.7%)로 비마취전문의에 의한 전신마취가 시술됐다.
진료과별로는 척추ㆍ관절 수술이 잦은 정형외과가 9.714건(51.7%)으로 가장 많았고, 외과 5,112건(71.3%), 산부인과 3,871건(58.4%), 신경외과 3,705건(84.8%), 이비인후과 2,438건(46.1%) 등이었다.
전신마취는 환자가 스스로 호흡이 불가능하고 의식과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고난도 의료행위로,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마취전문의가 없다는 것은 만일의 사태 발생 시 환자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음을 뜻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해마다 행해지는 100만여 건의 전신마취 중 20만 건 이상이 병ㆍ의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비전문의에 의한 전신마취가 만연해 있는데도 수술 시 마취기록 작성이 의무화되지 않아 실제 누가 마취 했는지 실태 파악조차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마취에 의한 사망 또는 중증의 후유증이 발생해도 책임 소재를 뚜렷이 밝혀낼 수 없다.
마취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병원은 수술 시 마취전문의를 외부에서 초빙한다. 초빙의는 건당 15만원 안팎을 받는다. 병ㆍ의원의 절반가량이 이 비용을 아끼려고 비전문의를 쓰고 있는 것이다.
비전문의에 의한 전신마취는 의료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경우 심장수술 등 고난도 수술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제왕절개나 맹장수술 등 비교적 손쉬운 마취는 마취전문간호사가 각각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성진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의료법상 의사면허가 있으면 마취 시술을 할 수 있지만 의사가 전신마취와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힘들다”며 “마취전문의를 초빙하지 않았다면 간호사, 의료기사 등이 마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심영덕 나누리서울병원 진료부장은 “서울의 한 척추전문병원 간호사가 마취전문 간호사에게 마취시술 교육을 받으라는 병원 측 종용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이국현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환자의 안전을 위해 마취 관리의 주체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조속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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