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시프트(변칙 수비)'는 해외 토픽으로 소개됐지만, 결국 KIA 선수단을 하나로 모으는 기폭제가 됐다.
KIA가 돌아온 김주찬의 맹타와 2,512일 만에 선발승을 따낸 임준혁의 호투로 kt와의 3연전을 모두 가져갔다. KIA는 14일 광주에서 열린 홈 경기에서 10-2로 대승했다. 이로써 올 시즌 kt와의 6연전을 모두 따낸 KIA는 18승18패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선발 임준혁은 6이닝 4피안타 1볼넷 2실점(비자책)으로 2008년 6월27일 사직 롯데전 이후 7년여 만에 선발 승을 따냈다. 6이닝은 2003년 프로에 뛰어든 그의 개인 최다 이닝이다. 허벅지 근육통을 털고 1군에 복귀한 김주찬도 3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반면 kt 선발 어윈은 5이닝 동안 정확히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11피안타 10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5패(1승)째다. 지난주 달라진 경기력을 선보이던 kt도 어느새 4연패에 빠져 7승30패가 됐다.
기상천외한 '김기태 시프트'의 여파는 하루가 지나도 계속됐다. 김 감독은 전날 5-5이던 9회초 1사 2ㆍ3루에서 상대 4번 타자 김상현이 타석에 들어오자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 쪽으로 이동시켰다. 혹시 모르는 폭투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규칙 위반이었다. 심판은 모든 야수가 페어 지역에 위치해야 한다며 이범호를 제자리로 돌려 보냈다.
이 장면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에까지 소개됐다. 몇몇 해외 언론도 '황당한 뉴스'로 보도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이와 관련해 "내가 룰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고의4구를 던지다 폭투가 나오기도 한다. 타자가 칠 수 없으니 3루수가 포수 뒤를 커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해외 언론과는 좀 달랐다. 포수 뒤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범호는 "일단 시도를 해보고 규정상 안 된다고 하면 제자리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만큼 승리에 대한 감독님의 열망이 느껴졌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베테랑 서재응, 유격수 강한울 등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감독님과는 다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하나가 된 KIA는 kt를 대파했다. 김 감독도 "투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고참들부터 신인급 선수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다"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인천에서는 SK가 두산에 9-8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회까지 선발 김광현이 7실점으로 무너지며 완패가 예상됐던 SK는 6회 5점을 내며 따라붙었고, 8-9로 뒤지던 9회말 2사 1루에서는 외국인 타자 브라운이 끝내기 투런 홈런을 폭발했다. 넥센은 부산에서 홈런 2방을 터뜨린 이택근의 활약으로 롯데를 10-5로 제압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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