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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문재인 대표, 정치를 하시라

입력
2015.05.1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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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4일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 한마음체육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4일 국회 운동장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보좌진 한마음체육대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누가 봐도 어처구니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최근 내홍의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문재인 대표의 몫이다. 130석의 거대 의석을 가진, 정권 교체를 당면 목표로 내건 제1야당의 모습 치고는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한심한 작태의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은 ‘경위와 어찌됐든’ 문 대표에게 있다. 이걸 책임정치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공당의 대표가 갖는 정치적 무게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이다.

문 대표가 책임져야 할 대목을 몇 가지 짚어보자.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주승용ㆍ전병헌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등은 문 대표가 공식라인을 무시하고 비선라인에 의존한다고 비난한다. 또 이를 좀 더 확장해서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완종 파문과 관련한 특검을 요구하고 특사 논란에 대해 입장을 제시한 것, 재보선 참패 이튿날 낙선인사를 위해 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것 등을 예로 거론했다.

문 대표는 ‘고위전략회의’라는 공식 회의기구가 비선라인으로 전락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기자회견 전날 사무총장과 전략파트 위원장ㆍ본부장 등 주요 핵심당직자, 당 대표 비서실장, 대변인 등 원래 멤버들에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고위원들의 참여까지 요청해놓고 결과적으로 비선라인이라고 욕을 먹는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찬반이 엇갈려 결국 자신이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나긴 했지만, 옵저버로 참석한 전 최고위원이 반대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누군가의 꼬드김으로 기자회견을 강행한 건 아닌지 밝혀야 한다.

문 대표는 선출직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호남 출신인 주 최고위원의 ‘허락’도 없이 광주 방문을 결정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광주 서을 선거 책임자였던 주 최고위원은 선거 전날까지도 승리를 자신하며 문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뚜벅이 유세를 강행한 점, 미리부터 고위전략회의까지 열어서 패했을 경우 광주에 곧바로 내려가는 문제를 논의한 점, 광주 일정을 확정한 뒤 호남 민심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주 최고위원에게는 달랑 문자만 보낸 점 등도 역시 호남민심에 대한 무시가 아닌지 해명해야 한다.

문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은 이 외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 분명하게 짚을 대목이 있다.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연합은 당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을 분리해서 치르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뭉뚱그려 지도부를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에 비해 당 대표 1인의 대표성과 권한이 더 많다. 그 바탕에는 열린우리당 시절 이후의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하자는, 그래야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는 당내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문 대표 취임 100일여 만에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현 지도부는 그대로 두되 내년 총선 준비는 특대위에서 하자는 건데, 이는 사실상 김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호남 중진 및 비주류 의원들의 공천권 확보 방안이기도 하다. 문 대표가 얼마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많았으면 벌써부터, 그리고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공천권 나눠먹기’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하물며 이훈평 전 의원이 동교동계의 대표선수 노릇까지 하면서 말이다.

문 대표에게 한 말씀 드린다. 정치를 하시라. 순수함과 열정은 유지하고 원칙을 지키되 이를 풀어나갈 때는 정치를 하시라. 본인은 친노 패권주의와 결별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문 대표 주변에서 “본질이 아니다”고 치부하며 손 놓고 있는 일들 때문에 친노 패권주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선술집 안줏거리 제1호다. 당헌ㆍ당규대로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며 ‘정치인 문재인’이 된 것 아닌가.

양정대 정치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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