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어처구니 없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최근 내홍의 ‘정치적’ 책임은 온전히 문재인 대표의 몫이다. 130석의 거대 의석을 가진, 정권 교체를 당면 목표로 내건 제1야당의 모습 치고는 도저히 눈 뜨고 봐줄 수 없는 한심한 작태의 최종적인 정치적 책임은 ‘경위와 어찌됐든’ 문 대표에게 있다. 이걸 책임정치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공당의 대표가 갖는 정치적 무게감이 그만큼 크다는 점이다.
문 대표가 책임져야 할 대목을 몇 가지 짚어보자. 김한길 전 공동대표와 주승용ㆍ전병헌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등은 문 대표가 공식라인을 무시하고 비선라인에 의존한다고 비난한다. 또 이를 좀 더 확장해서 ‘친노 패권주의’가 당을 망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문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성완종 파문과 관련한 특검을 요구하고 특사 논란에 대해 입장을 제시한 것, 재보선 참패 이튿날 낙선인사를 위해 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 것 등을 예로 거론했다.
문 대표는 ‘고위전략회의’라는 공식 회의기구가 비선라인으로 전락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기자회견 전날 사무총장과 전략파트 위원장ㆍ본부장 등 주요 핵심당직자, 당 대표 비서실장, 대변인 등 원래 멤버들에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최고위원들의 참여까지 요청해놓고 결과적으로 비선라인이라고 욕을 먹는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찬반이 엇갈려 결국 자신이 결정하는 것으로 결론나긴 했지만, 옵저버로 참석한 전 최고위원이 반대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누군가의 꼬드김으로 기자회견을 강행한 건 아닌지 밝혀야 한다.
문 대표는 선출직 지도부 가운데 유일한 호남 출신인 주 최고위원의 ‘허락’도 없이 광주 방문을 결정한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 광주 서을 선거 책임자였던 주 최고위원은 선거 전날까지도 승리를 자신하며 문 대표에게 지원유세를 올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를 무시하고 뚜벅이 유세를 강행한 점, 미리부터 고위전략회의까지 열어서 패했을 경우 광주에 곧바로 내려가는 문제를 논의한 점, 광주 일정을 확정한 뒤 호남 민심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주 최고위원에게는 달랑 문자만 보낸 점 등도 역시 호남민심에 대한 무시가 아닌지 해명해야 한다.
문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은 이 외에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한가지 분명하게 짚을 대목이 있다. 새누리당과 달리 새정치연합은 당 대표 경선과 최고위원 경선을 분리해서 치르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뭉뚱그려 지도부를 선출하는 ‘집단지도체제’에 비해 당 대표 1인의 대표성과 권한이 더 많다. 그 바탕에는 열린우리당 시절 이후의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구축하자는, 그래야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 승리를 내다볼 수 있다는 당내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데 문 대표 취임 100일여 만에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현 지도부는 그대로 두되 내년 총선 준비는 특대위에서 하자는 건데, 이는 사실상 김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호남 중진 및 비주류 의원들의 공천권 확보 방안이기도 하다. 문 대표가 얼마나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일이 많았으면 벌써부터, 그리고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공천권 나눠먹기’ 주장이 나오는 것일까. 하물며 이훈평 전 의원이 동교동계의 대표선수 노릇까지 하면서 말이다.
문 대표에게 한 말씀 드린다. 정치를 하시라. 순수함과 열정은 유지하고 원칙을 지키되 이를 풀어나갈 때는 정치를 하시라. 본인은 친노 패권주의와 결별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문 대표 주변에서 “본질이 아니다”고 치부하며 손 놓고 있는 일들 때문에 친노 패권주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선술집 안줏거리 제1호다. 당헌ㆍ당규대로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겠다며 ‘정치인 문재인’이 된 것 아닌가.
양정대 정치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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