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사고 전날 불침번 서며 편지 써… 유서 일 줄이야"

"최씨, 사격 전 1사로만 고집

혼잣말 많이 해 이상하다 생각"

"총기 안전고리 걸긴 했지만

조교들이 일일이 확인은 안 해"

軍 초동대처엔 증언 엇갈려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4일 오후 서울 내곡동 송파ㆍ강동 예비군훈련장에 입소했던 예비군들이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일대까지 후송해 준 버스에서 내려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예비군 훈련 온 사람이 밤에 편지를 쓰고 있길래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유서일 줄은 몰랐어요.”

14일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치고 퇴소한 정모(26)씨는 전날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최모(23)씨가 사고 전날 유서를 쓰는 모습을 목격했다. 정씨가 유서를 쓰고 있는 최씨와 마주친 건 2박3일 훈련의 1일차였던 12일 오후 10시쯤. 점호를 마치고 담배를 피우기 위해 생활관 3층 복도를 지나던 정씨는 복도에서 불침번 근무를 서던 최씨와 마주쳤다. 정씨는 “3층 복도 계단에 쭈그려 앉아 노트 종이 두 장을 들고 뭔가를 쓰고 있어 ‘뭐 적어내야 하는 게 있느냐’고 물었다”며 “그러자 최씨는 ‘그냥 편지를 쓴다’며 계속 끄적였다”고 말했다. 당시 최씨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아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일 줄 몰랐다는 정씨는 “사고 이후 기사에 나온 유서를 보니 당시 내가 본 종이 두 장이 맞다”고 했다.

같은 생활관을 쓴 동료 예비군들은 최씨가 말수가 적어 대화를 거의 나누지 못했다고 했다. 이홍렬(24)씨는 “생활관에서 최씨가 가끔 중얼거리기는 했어도 대체로 조용히 있으려는 눈치였다”고 말했다. 다만 김모(25)씨는 “최씨가 각개전투 때 혼자 열심히 소리를 지르고 사격할 때도 포즈를 정말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며 “걸으면서 혼잣말도 많이 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씨가 사격 전 1사로에 서야 된다며 순서를 바꿔달라고 요청하는 등 1사로를 고집했다는 증언도 여럿 나왔다. 사격통제관이 사격장 정중앙에 있어 총기난사 때 제지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1사로로 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4일 오후 서울 내곡동 송파 강동 예비군훈련장에 입소했던 예비군들이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일대까지 후송해 준 버스에서 내려 귀가하고 있다. 뉴시스

사고 당시 함께 사격훈련을 받았던 예비군들은 참혹했던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14사로에서 훈련을 받은 박모(28)씨는 “세 발째 총을 쏠 때쯤 최씨가 있던 좌측 사로의 통제관이 갑자기 ‘사격중지’를 외쳐 순간 누군가의 탄알집이 터졌다고 생각했다”며 “급히 총을 두고 언덕 아래로 달려 내려오다 좌측 사로를 쳐다보니 얼굴이 피범벅이 된 채 쓰러진 사람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총기마다 안전고리를 걸긴 했지만 조교들이 일일이 점검을 하지 않아 누군가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참사를 막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사고 직전 훈련을 마친 예비군들도 당시를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사격장 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박모(26)씨는 “일제히 총소리가 났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단발로 4발의 총성이 났고 누군가 ‘악’하는 소리를 신호로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졌다”며 “곧이어 예비군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사격장에서 뛰어내려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군의 초동대처에 대해선 증언이 엇갈렸다. 최씨와 같은 중대 소속의 한 예비군은 “난사 직후 7중대장이 사격중지를 외치고 ‘다 내려가’라며 다급하게 조치하는 등 초기 통제를 잘했다”며 “이 사람이 없었으면 우리는 사고 인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예비군은 “간부와 조교들이 최씨를 통제하지 않고 일부는 언덕 밑으로 뛰어 도망가 피해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군은 이날 오후 예비군들을 훈련장에서 전원 퇴소시켰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박주희기자 jxp938@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