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7개월 여정 마친 김승진 선장
국내 최초 무기항ㆍ무원조 일주 성공
14년 전 우연히 갖게 된 꿈 이뤄
"도전 의식 널리 전하고 싶어요"

“요트로 세계일주에 나서겠다는 14년 전 다짐을 이제야 이뤘습니다. 홀로 바람에 배를 맡긴 채 7개월을 돌고 나니 인생 후반부는 바다인으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듭니다.”
14일 오후 길이 13.1m, 폭 3.9m, 무게 9톤의 요트 ‘아라파니호’는 경기 평택만 부근 해상에 정박한 채 입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충남 당진시 왜목항을 출발해 사이판과 태평양 한 가운데를 거쳐 남미 최남단인 칠레를 통과한 뒤 남중국해, 황해로 이어지는 여정을 마친 뒤다.
거친 바다를 지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육지에 머물지 않고, 어떤 도움도 없이 무동력으로 항해를 마친 첫 한국인은 프리랜서 다큐멘터리PD 김승진(53)씨. 국내 최초로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그는 이날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자연 앞에 홀로 서 보니 자연스레 겸손해질 수 밖에 없더라”고 말했다.
김씨가 요트에 처음 관심을 가진 건 2001년. 1990년대 일본 후지TV의 콘텐츠 제작 자회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다 귀국한 뒤 우연히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일본인이 쓴 책을 본 게 계기였다. 젊은 청년이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에 “언젠간 나도” 하는 막연한 꿈을 가졌다. 그리고 2010년 재산을 털어 아라파니호를 구입하며 그 꿈에 실현에 성큼 다가섰다. 2013년 지인과 대서양 카리브해에서 태평양까지 6개월을 횡단하던 중 단독 세계일주를 결심해 한국 도착 직후부터 바로 준비에 나섰다.
이번 항해는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김씨는 적도 아래 위도 57도 부근에 자리한 남미 칠레의 최남단 ‘혼’섬을 지날 당시를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남극해에 가까워 평균기온이 섭씨 3도에 불과한 데다 ‘바다의 무덤’이란 별명 대로 거센 파도와 바람에 전복될 위기를 수 차례 겪었다. 인도네시아 인근 자와해역에 들어선 뒤엔 무풍지대가 이어져 애를 먹었다. 김씨는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7시간까지 기다기리도 했다”며 “한 번은 깜깜한 밤에 표류하다 불도 켜지 않은 낯선 배가 접근해와 급하게 엔진의 봉인을 뜯고 시동 걸어 도망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 같은 경험을 살려 장비 운영이나 운항 노하우를 가르치는 일을 해 볼 생각이다. 특히 자신처럼 늦깎이 도전이 오히려 바쁜 일상에 치여 꿈을 잃어가는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길 기대했다. “항해 도중 한 대학생이 제 페이스북에 ‘작은 돈이지만 저의 꿈도 함께 보탭니다’라고 적은 뒤 1만원을 후원계좌로 보냈습니다. 지친 몸과 마음이 회복되더군요. 제 삶의 전환점에서 많은 분들이 도움 준 것처럼 저의 희망과 도전의식을 주위에 널리 전하고 싶습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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