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 전현직 간부가 군 전략물자인 탄창을 밀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그제 경찰에 구속됐다. 전 기무사 소령 이모씨는 현역 기무사 양모 소령, 군수품 판매업자 노모씨와 손잡고 탄창 3만여개를 자동차 오일 필터로 위장, 레바논의 밀매업자에게 밀수출해 3억6,000만원을 챙겼다. 이씨는 과거 우리 군의 주력 소총인 M16에서부터 북한군이 사용하는 AK-47소총 탄창까지 밀매대상의 종류를 가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거래 상대인 밀매업자를 2007년 레바논 평화유지군 활동 중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넘어간 탄창은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목한 중동의 무장세력이 사들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쯤 되면 스파이 영화의 한 장면이 현실화한 느낌마저 든다.
기무사 간부가 군 물자나 관련 자료를 외부로 빼돌리다가 적발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정부 합동수사단은 지난 달 22일 군사기밀 자료를 빼돌려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에게 넘긴 기무사 3급 대우 서기관을, 이달 초에는 4급 군무원을 군형법상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기밀을 건넬 때마다 50만원씩 20차례에 걸쳐 1,000만원을 받았다. 이들이 전한 기밀은 군국의 전력증강, 작전운용 계획 등 2,3급 비밀 등 141건이라고 하니 국가기밀이 한 건당 7만원의 푼돈에 거래된 셈이다.
기무사는 군사보안에서 방위산업 보안감사, 컨설팅, 군사기밀 유출세력 색출, 대간첩 및 대테러업무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세력을 감시하고 색출하는 것이 주 업무다. 북한을 둘러싼 안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의 동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운 마당에 기무사의 역할은 더욱 중대하다. 역할이 중대한 만큼 전군을 포괄 관리 감독하는 무소불위의 권한도 주어져 있다. 그런데 국가안보를 위해 부여한 막강한 권한을 업자들과 짜고 물자를 빼돌리고, 국가 기밀을 팔아 넘기는 일에 썼으니 그야말로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긴 셈이다.
기무사는 지난 달 연일 터지는 방산비리의 대책 일환으로 단 한차례라도 비리나 규정 위반으로 적발되는 군인은 즉각 전역조치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본부 요원을 30% 줄여 외부 활동요원으로 전환하는 방침도 내놓았다. 하지만 스스로가 잔뜩 곪아있는 판국에 남 얘기처럼 한 것부터 어울리지 않는다. 차제에 기무사의 과도한 권한, 폐쇄적인 업무 등 원천적으로 비리 소지가 큰 조직문화와 체질을 바꾸는 방안부터 검토돼야 한다. 필요하면 정부차원에서 외부감사 시스템 적용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외부에서 손 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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