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하락·생활지도 어려움 탓
명예퇴직 교사 급증하는 현실 속
학생들 대부분은 "선생님 존경"
"좋아하는 선생님 있다" 79%
교사들 예상보다 훨씬 긍정적
스승의 날. 존경심과 감사의 마음을 스승에게 전하는 날이지만 요즘 학교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탄식이 교사들의 입에서 끊이질 않는다. 명예퇴직으로 학교를 떠나려는 교사는 1년 새 2배 이상 급증했다. 행정업무에 치이고, 학생들은 대드는 데다 학부모들의 등쌀도 불편하다. 수직적인 학교 문화 때문에 윗사람 눈치보기도 심하다.
교권 회복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적어도 교사-학부모-교직원-학생 간 신뢰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34회 스승의 날을 맞아 우리 교사들의 위상을 다시 생각해본다.
무엇이 교사를 힘들게 만드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초중고 교사 2,208명을 대상으로 ‘교원 본인과 동료교사들의 사기가 최근 1~2년 새 어떻게 변화됐다고 느끼는가’라고 묻자 ‘떨어졌다’고 답한 교원이 75.0%에 달했다. 이는 2010년 63.4%보다 10%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그 이유로는 경제ㆍ사회적 환경변화 보다는 정서적인 환경변화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교원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절반이상(55.8%)의 교사들이 ‘교권하락 및 생활지도 어려움’을 꼽았다. 교사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현실,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침해, 과도한 행정업무 등이 요인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설 참교육연구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교사 1,2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비슷했다. ‘교직을 그만두고 싶을 때’를 물어본 결과 ‘학생이 교사에게 무례하게 대할 때’가 44%(복수응답)로 가장 높았다. 이어 ▦교장, 교감의 독단적 학교운영(34%) ▦학부모가 무례하게 대할 때(31%) ▦교사를 무능한 집단으로 매도할 때(29%) ▦행정업무가 너무 많을 때(26%) 등의 순이었다.
좋은교사운동이 교사 623명을 대상으로 ‘교직 생활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을 물은 결과 생활지도가 36.2%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행정업무(30.4%) ▦관리자들과의 갈등(11.5%) ▦수업(10.5%) ▦동료교사들과의 갈등(7.0%) ▦기타(3.6%) ▦없음(0.8%) 등의 순이었다.
국민 10명 중 8명 ‘교사 존경 못 받아’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83%)은 ‘교사들이 학생에게 존경 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존경 받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은 “경쟁ㆍ입시 위주 교육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사교육 비중이 커지면서 공교육은 더 후퇴하는 상황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공교육의 현장인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켜 온 셈이다.
그래도 학생 80%는 ‘선생님 존경합니다’
교사들은 위상 추락과 그에 따른 사기 저하를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지만, 학생들은 교사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승을 존경하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교사들을 존경하고 있다’는 말에 대해 교사들은 54.6%만 긍정적(매우 존경+약간 존경)이었지만, 학생들은 그 비율이 87.8%나 됐다. 특히 ‘매우 존경한다’는 응답을 예상한 것은 교사들의 경우 2.2%에 불과했지만 학생들의 40.6%는 ‘매우 존경한다’고 답해 큰 차이를 보였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학생들이 실제로 교사들에 대해 가지는 인식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고교생 571명에게 ‘지금 다니는 학교에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느냐’고 묻자 79%가 있다고 답한 점도 현재 교사들이 다시 한번 돌아볼 대목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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