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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대영박물관에 문화재 환수 법적대응 사실상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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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대영박물관에 문화재 환수 법적대응 사실상 포기

입력
2015.05.14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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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자국 중요 문화재인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들을 소장하고 있는 대영박물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은 벽면을 장식하는 긴 띠 형태로, 높은 예술적 가치와 함께 2,500년 전의 인류 문명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 문화재는 과거 오토만 제국에 파견된 영국 대사에 의해 파르테논 신전의 벽면에서 분리되었고, 대영박물관은 1816년부터 이를 소장, 전시해왔다.

13일 가디언에 따르면, 니코스 자이다키스 그리스 문화부 장관은 영국 인권 운동가이자 배우 조지 클루니의 부인인 아말 클루니 변호사를 비롯한 영국 변호사들로부터 “지금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대영박물관을 국제사법재판소에 세워 문화재 반환을 요구할 것”을 권하는 150매의 보고서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법적 대응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그리스 정부가 요청해 작성되었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영국은 국제법을 중시하는 행보를 보여 왔고, 지금 국제법에 따라 재판이 이루어진다면 그리스 문화재를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국제적으로 진귀한 문화재들은 되도록 복원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 파르테논 대리석 조각은 현재 대영박물관 보유 부분과 신전 벽면에 남아있는 부분이 분리된 상태이므로 두 부분이 합쳐져야만 온전히 복원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향후 상황이 바뀌면 문화재 환수에 장애 요소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그리스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자이다키스 장관은 문화재 환수는 사법적 판단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가 그리스 편을 들어줄 것이라 단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그는 법적 대결보다는 “절제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이다키스 장관의 소극적 태도에는 8년째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상황도 큰 요인으로 보인다. 경제위기로 인해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경제 재건을 위해 국제 채권단과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다른 부담을 만들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런 자이다키스 장관의 태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 파르테논 조각품 복원협회 매튜 테일러는 “이미 그리스가 1980년대부터 40여 년간 문화재 환수를 위한 정치·외교적 노력을 해 왔음에도 가시적인 결과가 없다”고 말한다. 테일러는 “영국의 새 정부는 문화재를 반환하는 데 ‘완전히 부정적’이고,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정부의 태도와는 반대로, 영국 국민 대다수는 그리스에 문화재를 반환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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