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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캐머런 총리의 보수

입력
2015.05.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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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나라인 영국의 유럽대륙에 대한 불신은 뿌리 깊다. 국가안위를 위해 세력균형이라는 오랜 대륙정책으로 유럽에서의 패권국가 등장을 견제해 왔다. 영국의 반 독일정서가 유독 심한 것도 잇단 세계대전을 통해 패권야욕을 드러낸 전력 때문이다. 미국 연방제를 본 따 유럽연합(EU)을 보다 구속력 있는 정치공동체로 만들려는 독일의 구상에 영국이 사사건건 제동 거는 것도 같은 이유다.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의 영국 가입을 번번이 퇴짜 놓은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을 “미국이 보낸 트로이의 목마”라고 비난했다.

▦ 영국의 ‘유럽회의론(Euroscepticism)’을 불식시킨 이가 처칠 총리다. 세계대전의 잿더미 위에서 처칠 총리는 미래의 유럽전쟁을 막기 위해 ‘도덕재무장’을 통한 유럽통합을 주창했다. 1946년 미국에서 행한 ‘철의 장막’ 연설이 동서 냉전과 유럽의 분할을 성토한 것이라면, 유럽통합의 비전을 제시하며 EU의 토대를 놓은 것은 그 해 9월의 취리히 연설이다. “새로운 유럽은 유럽합중국을 건설해 공동의 시민의식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 ‘2017년 이전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캐머런 영국 총리의 보수당이 7일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하자 영국(Britain)과 탈퇴(Exit)의 합성어인 ‘브렉시트(Brexit)’ 논란이 거세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EU 재정악화가 심각해지면서 분담금 부담이 커지자 EU 잔류가 득 될게 없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한다. EU가 통합의 정신으로 앞세우는 ‘노동이동의 자유’가 중ㆍ동부 유럽 이민자의 유입으로 귀결돼 영국 내 일자리, 복지 논쟁으로 번지는 것도 불만이다.

▦ 영국의 EU 탈퇴는 EU보다 영국에 더 큰 비극이다. 유럽이라는 최대 경제시장을 잃는 것은 물론, 유럽의 금융허브라는 지위도 상실할 것이 뻔하다. 친대륙 성향인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움직임도 촉발할 수 있어 도저히 현실화할 수 있는 약속이 아니다. 그럼에도 캐머런이 EU 탈퇴 으름장을 놓는 것은 회원국으로서의 의무와 부담을 줄이는 유리한 방향으로 EU 협약을 개정하려는 속셈에서다. 이런 꼼수를 부리니 유럽이 영국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같은 보수파인 처칠과 어찌 이리 다를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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