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유효하면 개정된 법 적용 받을 수 있어요
야당 법에서 제외된 전통시장 포함되도록 작업하는 중
“언니 내 계약서인데, 특약사항 2번(사진)에 ‘임대인은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으며’라는 문구가 있거든? 그럼 우린 법이고 나발이고 해당사항 없는 거 아냐?”
상가 세입자의 권리금을 법으로 보호하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개정안이 12일 국회 문턱(개정안의 자세한 내용은 이전 기사 ‘계약 남은 세입자, 건물주 바뀌어도 5년간 장사할 권리 보장’ 참고 http://www.hankookilbo.com/v/4f9e7c531d5d422a8035d4c7abe567eb)을 넘자마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디자인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는 친동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요지는 이미 계약서에 버젓이 ‘임대인은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으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시설비 등을 청구하지 않는다’라는 독소조항이 버티고 있는데, 이런 법이 자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신세한탄이었습니다. 좀 더 살을 붙이자면, 지난해 겨울 동생이 이곳에 둥지를 틀기 전까지 이 작업실은 낡은 주택의 2층 자취방이었습니다. 현재는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작업실에서 강의도 하는 터라 제법 유명해진 곳이지요. 그러니 본인 입장에서는 “개정안에 자신이 포함되면 나중에 계약 만료가 될 때 다음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을 수 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컸겠지요. 이런 경우 소급해서 법이 적용이 될까요, 안 될까요?
이런 궁금증을 제대로 풀어볼 겸, 법의 한계로 지적된 문제들에 대한 답도 들을 겸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민병두 의원실 측과 전화 인터뷰를 했습니다. 의원실은 법 통과 후 후속 법안을 위한 사전조사를 하느라 더 바빠졌다는데요, 그 내용을 한 번 Q&A로 풀어 볼까요.
-기존 계약자들은 권리금 보호를 못 받나요. 특약에 건물주가 권리금 인정 못 한다고 못을 박았는데, 계약 갱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아닙니다. 현재 계약이 유효한 상태라면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계약서의 특약사항은 무효가 되며 세입자는 다음 세입자한테 권리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법적 용어로는 ‘부진정소급’이라고 한다는 군요.
-건물주가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면 계약 후 3년 내 세입자가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정당한 이유’를 대면 세입자는 눈뜨고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엔 ‘상가 건물을 1년 6개월 이상 비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계약 거절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건물주가 악용할 소지가 다분한데요 왜 이런 조항을 넣은 걸까요.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권리금 자체를 보호한다기 보다는 권리금 회수 방식을 보장하는데 있습니다. 쉽게 말해 권리금을 주고 받던 시장의 관행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뿐이지요.
또 점포 규모에 상관없이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지 않은 세입자는 건물주가 바뀌어도 최소 5년간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건물주가 가장 불만을 갖는 부분이 이것입니다. “내 건물 내가 쓰겠다는데 왜 구속 받아야 해?” “내 건물 내가 원하는 업종으로 바꾸겠다는데 왜 못하게 해?” 이런 푸념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5년 후 임대인이 자신의 건물에 대한 권리를 어느 정도는 행사할 수 있게끔 타협점을 찾다가 ‘비영리 목적 사용 1년 6개월’이라는 예외조항이 생긴 거라고 하네요.
-개정안에는 상가건물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 세입자가 제3자와 다시 임차 계약을 맺은 ‘전대차’인 경우엔 권리금 보호를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뒀습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전통시장도 포함이 돼 있어 논란이 큰데요.
=매장 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이면 대규모 점포로 분류가 되는데요, 이 기준이라면 서울 광장시장이나 홍은동 유진상가, 부산 국제시장 등 규모가 큰 전통적 재래시장은 모두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셈입니다.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측에서는 국제시장 꽃분이네 등 관련 시장 조사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좋은 소식을 기다려 봐야겠네요.
-환산보증금(보증금과 100개월치 월세를 더한 것) 제도를 손질하지 않아 상가보증금과 임대료가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환산보증금 액수가 서울의 경우 4억원 이하면 임대료 인상폭을 9%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인데요. 바꿔 말하면 4억원을 초과하면 제한 없이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건물주가 월세를 터무니없이 높이는 방법으로 “나가라”라는 말을 대신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국회에서도 야당을 중심으로 환산보증금을 손볼 생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야당 내에서도 “전면 폐지냐” “상한선을 새로 만드느냐” 등을 두고 입장이 정리가 안 된 모양입니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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