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절반 '세월호 트라우마'
학생들 안전에 대한 걱정 커
기념식 없고 휴교하는 곳도
스승의 날은 1958년 충남 강경 지역 청소년적십자(RYC) 단원들이 병중에 있거나 퇴직한 은사를 위문하는 봉사활동을 한 데서 유래됐다. 이후 청소년적십자사 중앙학생협의회가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했고, 1965년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15일로 변경해 기념일로 지정했다. 한글을 창조한 세종대왕처럼 존경 받는 교사가 되자는 취지였다.
이처럼 스승의 날은 학생들이 교사에게 존경을 표하고, 교사들은 제자를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날이지만, 올해는 세월호 추모와 촌지 근절 등의 이유로 차분하고 조용한 스승의 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이달 8~9일 전국 200개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학교에서 감사편지 쓰기, 교사에게 카네이션 달아주기 등 조촐한 기념 행사만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초ㆍ중ㆍ고교 교사들의 절반가량은 아직도 세월호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교총이 교사 3,24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본인이나 주위 선생님 중 불안ㆍ우울 등 트라우마를 경험한 교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47.4%가 ‘있다’고 답했다. 학생의 위험 대처능력에 대한 질문에는 교원 58.8%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해 학생 안전에 대한 걱정이 여전히 큰 것으로 조사됐다.
촌지 수수를 방지하기 위해 휴교하는 학교도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10여개의 중ㆍ고교가 임시 휴업을 하거나 진로체험 학습을 떠난다. 서울 지역 초ㆍ중ㆍ고교 가운데 스승의 날에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교도 50여곳에 달했다. 이는 교사들의 불법 찬조금 모금, 촌지 수수와 관련한 부정적인 사회 여론과 교육부의 강경한 감시 대책이 반영된 것이다. 한 중학교 교장은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들이 행복해야 하는데 주변의 시선이 따갑고 마음도 편치 않다”며 “학교 차원의 행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과 공교육의 후퇴로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며 교사에게도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고교 교장은 “스승의 날이라고 예전처럼 기쁜 일은 없고 불편한 마음만 가득하다”며 “교사들에 대한 질책이 많지만 때로는 관심과 사랑도 보여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난달 23~28일 교사 1,2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교사로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냐’는 질문에 73%의 교사들이 ‘학생과 마음이 통한다고 느낄 때’라고 응답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교원 업무 경감, 교육과정 개정 등을 통해 학생과 교사의 의미 있는 만남을 활성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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