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 수술에 어떤 레이저가 좋은지 말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데 승용차가 비행기보다 편한가 보다는, 부산에 가야할 필요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경우에 수술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은 수술방법에 대한 논란보다 더 중요할 것입니다.
당장 소변이 막혀버린 응급상황이 아니라면 환자나 의사 모두에게 수술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약을 먹어보다 정 불편해지면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한번 나빠진 방광기능은 여간해서는 회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히 수술을 받고도 마찬가지라는 환자는 늦은 수술시기가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립선비대증은 진행형입니다.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점점 나빠지고 결국 요폐로 진행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런 환자들을 미리 선별할 수 있다면 초기에 수술해서 불필요한 약을 피하고 방광기능도 보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뇨기과 의사들이 약만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검사를 반복하는 이유입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병이 진행되는 환자들의 특성을 비교적 상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개별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맞춤형 정보입니다. 최근에는 통계적 분석과 컴퓨터를 이용하여 개별 환자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계산해내고 이를 환자의 치료에 적용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반 검사에 의하면 환자가 2년 후 소변이 막힐 확률이 34.5%입니다.”라는 식입니다.
필자는 취미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들 연구결과에서 나온 수식을 이용해서 전립선비대증의 경과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환자 진료에 이용하고 있습니다. 증상점수, 전립선특이항원(PSA), 전립선용적, 최고요속 등 기본적인 검사결과를 입력하면 약물치료가 실패할 확률을 수치로 계산해줍니다. 설치가 필요 없는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필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penopia)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환자의 연령뿐만 아니라, 수술효과와 부작용에 관한 예측도 수술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숙련된 의사는 전립선초음파만 봐도 수술효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전립선이 크면 수술도 어렵고 부작용이나 재발이 흔합니다. 나이가 젊을수록 약물치료의 기간도 길어져 부담됩니다. 방광기능이 이미 많이 나빠져서 생긴 증상은 수술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필자는 지난 20년 간 많은 전립선수술을 해왔습니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어떤 환자는 수술하자고 설득하기도 했고, 어떤 환자는 반대로 수술을 만류하기도 했습니다.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는 수술이 훨씬 유리하거나 꼭 필요한 환자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때로는 이들을 정확히 가려내는 일이 어려운 수술을 잘 마무리하는 것보다 까다롭기도 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