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인 경북 포항의 호미반도는 수산물 창고다. 포항 남구 구룡포읍과 호미곶면 경계에 위치한 다무포는 고래 서식지다. 또 구룡포항은 지금도 전국에서 생산되는 대게의 70%가량을 위판할 정도로 동해안에서만 잡히는 대게 최대 집하장이다. 오징어도 경북 동해안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오징어는 울릉도, 대게는 영덕, 고래는 울산에 산지 이름값을 뺏겼다. 남은 건 가장 값싼 과메기뿐이다.
주산지를 빼앗겼지만 호미반도에는 아직 지역을 대표할 예비 특산품이 많다. 최근 급부상하는 수산물이 돌문어와 돌장어이다.
포항 호미곶과 장기 앞바다에서 많이 잡히는 돌문어는 이 지역 해안특성상 빠른 물살과 바위·돌 틈 등 거친 환경 속에서 생육해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단단하다. 서해나 남해안에서 생산되는 물문어나 참문어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타우린 등의 다량의 아미노산이 함유돼 감칠맛이 풍부하다. 포항시는 돌문어 축제를 개최하는 등 브랜드화에 주력하고 있다.
구룡포수협 중도매인조합 황보관현 조합장은 “싱싱한 돌문어를 삶으면 초고추장 없이 쫄깃한 식감만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며 “돌문어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다른 문어는 쳐다보지도 않게 된다”고 말했다.
검은돌장어는 뱀장어목 검은돌장어과의 바닷물고기로 장어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입이 크고 이가 날카롭다. 양식이 되지 않는 검은돌장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생산되지만 난류와 한류가 교차되는 영일만 지역 돌장어가 가장 단단한 육질을 자랑한다. 돌장어와 돌문어는 포항 남구 동해면 흥환리 일대 횟집이나 구룡포읍 수산물시장에서 맛볼 수 있다.
수산물 외 먹을 거리도 많다. 구룡포 읍내 자리한 철규분식은 달달한 찐빵으로 유명하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손님들로 한참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찐빵을 빨리 맛볼 수 있는 꿀팁 하나. 국수를 시키면 조금 일찍 나온다.
구룡포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모리국수도 별미다. 아귀내장 갈은 것과 다진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국물을 우려낸 뒤 칼국수면을 넣은 얼큰한 해물칼국수다. 모리국수라는 이름은 어획량이 풍부한 포항에 일본인이 몰려 터를 잡고 살았던 탓에 ‘쌓아 올린’ ‘조금 더 많은 양’을 뜻하는 일본어 ‘모리’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설이 내려져 온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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