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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 김] 1년에 20kg을 삼겹살로만 먹을텐가

입력
2015.05.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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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는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대표 먹거리다. 최근에 본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1년에 평균 돼지고기 20.9kg를 먹는다. 1인분을 150g으로 환산하면 한국 사람은 1년에 139인분 이상을 먹는 꼴이다. 돼지고기의 뒤를 따르는 건 닭고기다. 1년에 11.5kg을 먹는다. 먹자골목에 가면 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집이라 ‘치킨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지만, 돼지고기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인의 ‘돼지고기 사랑’ 중 특히 삼겹살에 대한 사랑은 지독하다. 국산으로 충당이 안 돼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육박할 정도란다. “돼지고기 먹을까?”가 아니라 “삼겹살 먹을까?”가 자연스럽다. 우리나라에서 ‘돼지고기=삼겹살’이란 인식은 “반창고=대일밴드”보다도 어쩌면 더 견고하다.

하지만 돼지고기를 먹고 조리하길 좋아하고, 그래서 돼지고기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나로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평균 110kg짜리 돼지고기 한 마리를 도축하면 삼겹살을 비롯해 갈비, 뒷다리, 앞다리, 목심, 등심, 안심, 항정살, 갈매기살, 등갈비살, 볼살, 설깃살 등 무려 22가지 부위가 나오며 부위별로 다양한 맛을 낸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소하고 기름기 많은 삼겹살에만 너무 큰 사랑을 쏟는다.

물론 누가 어떤 부위를 좋아하는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이고, 나라별로 약간의 선호도가 다르므로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이 인기가 많은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천편일률적으로 ‘구워 먹는’ 조리방식은 더 안타까운 점이다.

요리남의 음식상식! 안심과 등심의 구분법. 안심은 붉은 색으로 길쭉하게 생겼으며 구우면 속이 붉은 색으로 변한다. 등심은 짙은 분홍색을 띠고 있으며 적정 온도로 익히면 흰색으로 변한다. 자 그럼 어느 쪽이 등심일까?
요리남의 음식상식! 안심과 등심의 구분법. 안심은 붉은 색으로 길쭉하게 생겼으며 구우면 속이 붉은 색으로 변한다. 등심은 짙은 분홍색을 띠고 있으며 적정 온도로 익히면 흰색으로 변한다. 자 그럼 어느 쪽이 등심일까?

우리나라에서 삼겹살을 먹는 방법은 굽거나 삶아서 수육으로 먹는 정도다. 삼겹살 다음으로 인기 부위인 목살이나 항정살도 마찬가지다. 갈비는 양념에 재워서 굽고, 등심은 일식 돈가스나 중식당 탕수육에서나 볼 수 있다. 외국에서 돼지고기 중 가장 고급으로 대우받는 안심은 우리에겐 그저 쇠고기 장조림보다 저렴한 장조림용 고기일 뿐이다. 또 앞뒤를 다 모아도 4개 밖에 없는 귀한 족은 그냥 양념에 삶아서 족발로 먹을 뿐이다.

방금 열거한 조리법들은 하나 같이 나도 사랑하고 존중하는 조리법이다. 특히 족발과 삼겹살 구이는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하지만 좀 더 여러 부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는다면 돼지고기의 진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① 삼겹살? 다리에 주목하라

먼저 삼겹살을 대체할 만한 부위로 앞다리와 뒷다리 살이 있다. 앞다리살은 구이용으로, 뒷다리살은 양념에 재워서 볶아 먹는 방법이 있다. 요즘 마트에서 양돈협회 주도로 이런 판촉에 힘을 쏟는 모양인데 참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② 다이어트 걱정? 안심이면 '안심'

앞서 말했듯 외국에선 고급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시중에서 찾기도 힘든 부위다. 마장동 등 축산시장에 가면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안심은 가격도 싸고 기름기도 적다. 얇게 저며서 샤브샤브로, 두껍게 썰어서 스테이크로 먹을 수 있다.

③ 언제까지 등심을 돈가스와 탕수육으로만 먹을텐가.

등심은 곱게 갈거나 다져서 만두 소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추천 조리법 하나 소개한다. 요리의 이름은 ‘캐나다식 베이컨(Canadian back Bacon)’. 물 2ℓ, 소금과 설탕 각각 2컵, 마늘 서너개, 월계수 잎 1개, 주니퍼 베리 10알(없으면 안 넣어도 무방하다) 정도의 비율로 만든 용액에 등심 900g을 6일 정도 절인다. 잘 절여졌으면 건져내 물기를 잘 닦고 옥수수 가루를 묻혀 오븐에 익히거나 훈제하면 훌륭한 요리가 완성된다.

캐나다식 베이컨. 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식 베이컨. 게티이미지뱅크

돼지고기는 다른 동물성 식재료들에 비해 조리법과 보관법이 다양하다. 소는 노동력과 유제품의 원료를, 말은 기동력을 제공하는 가축이다. 닭과 오리는 알을 생산하고 양은 털, 염소는 젖을 얻기 위해 기르는 가축이다. 이에 비해 돼지는 순수하게 고기를 먹기 위해 키우고 개량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돼지는 순수한 식육 가축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돼지고기 부위들이 프레스 햄이나 소시지거리로 전락하고, 특수 부위라 불리지만 실제론 부속고기 취급 받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돼지고기를 사랑하는 독자들께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집집마다 돼지고기를 사용한 레시피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손님을 집에 초대해 삼겹살을 굽고 수육을 삶아내는 것도 좋지만, 대한민국 먹자 골목 어딜 가나 익숙한 풍경이라 식상할 수 있다. 초대 손님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자신만의 돼지고기 요리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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