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지훈] '설국열차'에서 '귀뚜라미 버거' 먹는 시대?

입력
2015.05.14 11:00
0 0

최근 실리콘 밸리를 중심으로 '스타트업 투자' 테마에 약간의 변화가 관찰된다. IT를 중심으로 거의 대부분의 투자가 몰리던 상황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사물인터넷 중심의 하드웨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고, 소위 푸드테크(Food Tech), 애그리테크(Agri-Tech)라고 지칭하는 음식과 농업관련한 스타트업 투자도 활발하다. 과거에는 1~2차 산업으로 분류했던 이들은 그 동안 혁신과는 거리가 먼 분야로 생각을 해왔고, 그래서인지 혁신을 끌고 나가는 스타트업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최근 그런 경향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의 바람이 나타난 것은 미래의 먹거리와 관련한 전망이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비만이 늘면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건강음식에 대한 것에서부터, 조금 멀게는 현재의 육식중심 생활패턴이 유지되면서 그대로 중국이나 인도 등으로 전파될 경우 지구의 식량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고, 가축들의 배출물에 의한 온실효과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국제적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달리 말하면 새로운 먹거리의 발견과 개량, 그리고 유행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속적인 먹거리의 변화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전통음식이라고 부르는 것들도 상당수가 남미나 유럽, 아랍 등에서 전래된 것이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수백 년 전에 살던 선조들이 현대로 와서 우리의 전통음식 식단을 보면 아마도 크게 놀랄 것이다. 서양에도 이런 종류의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다. 영국의 헨리 7세가 주로 먹던 고급음식은 공작과 해오라기, 갈매기, 돌고래 등과 같이 오늘날에는 거의 먹지 않는 것들이었다.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바퀴벌레 양갱. 그렇지만 미래의 먹거리가 이렇게 우울하진 않을 것 같다.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바퀴벌레 양갱. 그렇지만 미래의 먹거리가 이렇게 우울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수십 년 뒤 미래의 먹거리는 오늘날과 어떻게 달라질까? 일단 현재의 음식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유지된다고 생각하고, 현재는 먹지 않고 있는 것들 중에서 어떤 음식들이 부상할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가장 중요한 변화의 요인은 앞서 언급한 전 세계적인 육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육류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다. 그런 측면에서 육류를 대신할 수 있는 양질의 단백질 소스가 되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다. 가장 많은 혁신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곤충이다.

곤충을 언급하면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던 양갱과도 비슷한 곤충으로 만든 음식을 연상하기가 쉽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곤충 음식은 훨씬 맛도 좋고 영양분도 풍부한 것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곤충들은 영양적 가치가 높고 무엇보다 양식을 하면서 들어가는 비용과 물, 그리고 탄소배출 등이 매우 적다. 네덜란드의 바게니겐 대학의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곤충의 종류가 1400여 가지에 이르며, 이들을 잘 처리할 경우 맛도 훌륭하다고 한다. 특히 햄버거의 패티나 소시지 형태로 가공할 경우에는 현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는 향과 맛이 난다. 귀뚜라미와 메뚜기류는 햄버거의 재료로서 무척 훌륭하기 때문에 집중적인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 네덜란드 정부는 곤충을 주된 음식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연구에 최근 100만 유로를 투자했고, 곤충농장과 관련한 법률을 준비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길러내는 육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등도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련 스타트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배양되는 육류는 소 등에서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근육으로 분화시켜서 배양을 통해 그 양을 늘려서 만들게 되는데, 나사(NASA) 등에서도 우주인들을 위한 식량공급의 일환으로 다양한 연구들을 지원하고 있다. 옥스포드 대학에서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렇게 실험실에서 길러낸 육류는 도축해서 얻은 육류에 비해 훨씬 적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에너지와 물의 사용도 적다고 한다. 2013년 처음 소개된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햄버거 패티는 당시 32만 5,000달러라는 제작 비용이 들어갔지만, 지난 3월 ABC 뉴스 인터뷰에 따르면 그 가격이 11달러를 조금 넘는 선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이런 발전의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수년 정도 뒤에는 현재의 햄버거 패티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이제는 충분히 실현가능한 시나리오가 되었다.

2013년 미국 뉴욕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Antojeria Popular'에서 이벤트로 선보였던 귀뚜라미 버거.
2013년 미국 뉴욕의 햄버거 프랜차이즈 'Antojeria Popular'에서 이벤트로 선보였던 귀뚜라미 버거.

곤충과 실험실 육류가 동물성 단백질을 얻기 위한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다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풍부함을 바탕으로 새로운 주식의 자리를 노리는 것이 있다. 바로 바다에 풍부한 조류(algae)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김이나 파래 등도 이런 조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조류는 풍부한 영양분의 원천이라는 장점 이외에도 바이오연료를 부산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장점이 있다. 1만 종이 넘는 조류 중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식용으로 이용되는 조류는 145종 정도에 불과하다. 조류는 직접적인 음식으로서의 전망도 밝지만, 좋은 향과 조미료로서의 기능을 가지면서도 음식의 염도를 줄일 수 있어서 건강에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빵이나 면, 소시지나 치즈 등에 첨가하는 것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이들에 대한 양식이나 식용화에 성공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미래의 먹거리로서 조류의 위상도 점점 더 올라갈 전망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