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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무죄, 그러나 강기훈씨는 현장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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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만에 무죄, 그러나 강기훈씨는 현장에 없었다

입력
2015.05.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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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씨가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2월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인 강기훈씨가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24년 만에 유서대필 사건 무죄를 선고 받은 강기훈(51)씨는 정작 14일 대법원 무죄 확정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는 3일 전쯤부터 스트레스가 심하다며 “연락을 끊고 어디 가 있겠다”고 주변에 이야기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간암 판정을 받은 그는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다. 1994년 만기 출소한 이후 취직한 적도 있지만 주변의 시선에 부담을 느껴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다.

강씨는 지난해 2월 서울고법에서 재심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검찰의 유감 표시를 바란다”며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 기억을 잠깐만 떠올려 어떤 형태로든 유감의 표시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도 법원도 별다른 사과는 없었다.

강씨는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동료였던 김기설씨가 1991년 5월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했을 때 유서를 대신 써줬다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김씨 유서와 강씨 진술서의 필적(筆跡)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 씨는 그 해 7월 자살방조죄로 재판에 넘겨져 1992년 징역 3년 확정 판결을 받아 만기 출소했다. 10년이 훌쩍 지난 2007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유서의 필체가 강씨가 아닌 김씨의 것으로 보인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놨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1991년 당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강씨가 필적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리는 유서대필 사건의 강기훈(51)씨가 재심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24년 만이다. 1991년 당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된 강씨가 필적을 보여주고 있다.

강씨는 재심을 청구한 지 4년여만인 2012년 10월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결정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을 개시하면서 1991년 국과수 감정인이 혼자서 유서를 감정해놓고도 4명의 감정인이 공동 심의했다고 위증한 점을 지적하며 이를 토대로 한 과거 판결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국과수는 2013년 12월 유서 필체에 대한 새로운 감정 결과를 내놨고, 2014년 2월 서울고법은 이를 토대로 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유죄 선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과수 필적 감정 결과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 1991년 5월 당시 조선일보에 실린 김씨와 강기훈씨의 필적. 가운데 붉은 테두리 안이 고 김기설씨 글씨이고 위쪽이 강기훈씨 필적.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991년 5월 당시 조선일보에 실린 김씨와 강기훈씨의 필적. 가운데 붉은 테두리 안이 고 김기설씨 글씨이고 위쪽이 강기훈씨 필적. 한국일보 자료사진

‘보’자를 ‘오’자처럼 보이도록 쓰는 김씨 필체의 특징이 유서에서도 그대로 나타났지만 강씨의 필체는 이와 전혀 달랐고,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만으로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썼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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