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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최저임금 논의의 규범적 측면

입력
2015.05.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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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최저임금위원회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보니,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할 인상폭에 대한 관심도 큰 편이다. 언론에서도 최저임금에 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계속 게재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 또는 부작용에만 주목하고, 최저임금제도의 규범적 측면에 대한 설명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에 비춰 볼 때, 최저임금에 관한 한국 사회의 고민은 경제적 관점에 기초한 설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최저임금제도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최저 수준을 보장하여 그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임금제도의 근거는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 헌법에 의하면, 국가는 근로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최저임금제를 시행할 의무를 진다. 그리고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ㆍ안정 및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권한을 부여 받고 있다. 헌법에 비춰볼 때, 최저임금제도는 기업이 획득한 소득(이윤)을 노사간에 적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사회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즉 최저임금제도는 시장경제질서가 초래하는 소득 분배의 불균형을 예방하고 그것이 방치하는 근로자의 존엄성을 보호한다. 이 점에서 최저임금제도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규범적 성격을 띤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최저임금제도는 우리나라의 빈곤을 해소하는데 순기능을 수행한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취업자 없는 가구의 빈곤율은 1996년 47.9%에서 2011년 65.6%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처럼 취업자 없는 가구의 빈곤율이 상승하는 것은 해당 가구 구성원의 미취업 기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저학력 남성의 경제활동참가 감소율은 8.7%에 이르는데, 이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감소율 0.6%보다 14.5배 높은 것이다. 저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2.2% 감소했는데, 이는 OECD 국가들의 경우 오히려 3.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앞에서 본 것처럼 이렇게 경제활동참가율이 감소한 원인은 해당 기간 동안 전체 취업 기간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득이 낮아 근로 유인 자체가 낮아진 것에 기인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인상하여 근로 유인을 높일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저소득 계층의 전체 취업 기간을 증가시켜 빈곤율을 낮추는 데 이바지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한계 기업이 도태되는 것을 염려하는 의견도 있다. 그런데 이는 최저임금제도의 부작용이 아니라 최저임금제도의 또 다른 목적이다. 근로자에게 적절한 임금을 줄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약한 기업을 구조조정함으로써 산업 구조의 선진화를 유도하는 것은 최저임금제도가 당초부터 예상한 효과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은 고용보험제도를 통해 보호하는 것을 예정하고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적극적으로는 기업의 혁신을 유도하고, 소극적으로는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률을 높이거나 구직(실업)급여제도를 개선하는 방식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임금-저취업율-양극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

규범적 관점으로 다시 돌아오면, 최저임금제도는 우리 모두의 공감과 노력을 통해 운영되는 사회정책이다. 그 임금을 받고 일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것에서 최저임금 인상 논의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 그와 함께 경영계는 한국 사회에서 기업이 수행할 의무를 생각해야 하고, 노동계 역시 최저임금을 높일 현실적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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