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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역사 MLB가 검증한 '연투'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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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년 역사 MLB가 검증한 '연투'의 위험성

입력
2015.05.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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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바야흐로 '혹사 논란' 시대다. 구원투수이면서 규정이닝에 가깝게 공을 던진 권혁(32ㆍ한화ㆍ34이닝ㆍ팀 35경기)과 장시환(28ㆍktㆍ34이닝ㆍ팀 36경기)이 그 중심에 서 있다. '혹사'를 주장하는 이들의 요점은 휴식 시간을 충분히 주자는 것이다. 피로물질인 젖산이 배출될 때까지 기다리라는 얘기다. 젖산은 근육통을 유발한다. 근육이 아픈 선수가 잘 던질 리도 없다. 투수에게는 탄성이 중요한데 과하게 쓴 근육이 본디 모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쉬는 방법밖에 없다.

힘든 투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제구 난조다. 어깨나 팔꿈치 통증이 여전해 공을 끝까지 채지 못한다. 어딘가 불편하기 때문에 볼끝이 무뎌지고 어이없이 빠지는 공도 자주 나온다. A포수는 이런 투수들의 투구에 대해 "공이 오다마는 느낌이다. 안 맞기 위해 낮게 던져야 하는데, 힘이 없어 타자 발목 쪽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또는 눌러주지 못해 높게 형성되고 장타로 연결된다"고 했다.

◇3일 연투, 4일 연투가 위험한 까닭

이번 혹사 논란은 불펜 투수들을 마구잡이로 쓰는 사령탑들을 겨냥하고 있다. 마치 포스트시즌을 치르듯 '올해만 야구 하는' 투수 운용법이라는 얘기다. 논리적인 근거도 있다. 지난해 미국 야구계가 내놓은 아마 야구 선수 부상 방지 가이드라인이 그것이다. '현명한 투구(Pitch Smart)'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17~18세 선수들의 하루 최대 투구수는 105개다. 투구수에 따른 휴식일은 ▲1~30개 필요 없음 ▲31~45개 하루 휴식 ▲46~60개 이틀 휴식 ▲61~75개 사흘 휴식 ▲76개 이상 나흘 휴식이다.

'현명한 투구'는 메이저리그의 자산인 유망주들을 보호하기 위함이지만, 사실상 성인 선수에게 적용해도 큰 무리가 없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도 이 같은 휴식일을 권장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김용희 SK 감독과 염경엽 넥센 감독이 불펜 투수들의 회복 시간을 보장하는 편이다. 염경엽 감독은 "30개 미만을 던진 불펜 투수라면 이틀 연속 연투가 가능한 것으로 본다. 롱릴리프가 아니라면 한 경기에 40개 이상 던지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론 선수층이 얇은 국내 야구 특성상 적용하기 힘든 까다로운 조건들이다. "(보호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는 감독들의 속내가 이해는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휴식 없는 연투는 선수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다. 투구수에 따른 권장 휴식일은 미국 야구가 140년의 역사 속에서 검증한 나름의 선수 보호법이다.

또 다른 통계도 있다. 미국스포츠의학연구소(ASMIㆍAmerican Sports Medicine Institute)에 따르면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연투할 경우 어깨나 팔꿈치 수술을 할 확률이 36배 높아진다. 구위 저하는 당연하고 부상 위험성도 상당하다. ASMI는 이 조사를 청소년을 대상으로 했지만, 20~30대 프로 선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근력이 강화되고 체계적인 관리를 받아도 충분히 쉬지 못한다면 공의 위력은 뚝 떨어진다. 수 년간 셀 수 없는 공을 던졌기 때문에 연투가 반복될 경우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도 높아진다.

◇선발투수의 4일 휴식은?

'Pitch Smart'에서 눈 여겨 볼 또 다른 대목은 하루 최대 투구수다. 76개부터는 근육의 피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고 판단해 105개를 넘지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6선발 로테이션을 정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과 궤를 같이 한다. 105개를 훌쩍 넘겼다면, 최소 5일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에서도 선발들은 대체로 5일 휴식을 선호하고 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4일 쉴 때보다 5일 휴식 후 잘 던진 투수가 월등히 많다. 10개 구단 주요 선발 투수들의 4일 휴식 후 성적을 보면 김광현(SK)이 1경기 1승 평균자책점 10.80, 윤성환(삼성)이 1경기 1패 평균자책점 9.00, 찰리(NC)가 2경기 2패 평균자책점 10.50, 밴헤켄(넥센)은 1경기 1승 평균자책점 7.20이다.

예외가 있긴 하다. 두산 유희관과 LG 소사다. 유희관은 4일 쉬고 두 차례 등판해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56을 찍었다. 소사는 3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은 3.00이다. 그렇다면 이 둘의 남다른 성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유희관은 "4일 쉬나 5일 쉬나 몸에 별 다른 차이가 없다"고 했다. "딱히 그런 걸 신경 쓰는 스타일도 아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유희관은 작년에도 4일 휴식 후 8경기에 등판해 2승2패 4.57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는데 7월8일 잠실 LG전(4이닝 7실점) 성적을 빼면 7경기 평균자책점은 3.48로 뚝 떨어진다.

홍성대 두산 트레이너는 "유희관은 온 몸을 활용해 공을 던지는 투수다. 특정 신체 부위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아 피로도 빨리 풀어진다고 볼 수 있다"며 "등판한 뒤 충분한 러닝을 하고 물을 많이 마셔 젖산을 풀어준다. 4일 휴식 후 던져도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유희관은 4일 휴식 후 등판 직전인 두 차례의 화요일 경기에서 모두 105개의 투구수를 넘지 않았다. 4월7일 잠실 넥센전 95개, 5월5일 잠실 LG전 102개였다.

사진=한화 권혁(왼쪽)-kt 장시환.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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