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발언 파문을 일으킨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사과를 하기 위해 여수로 향했던 11일.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신기남 의원의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52년생 동갑내기이자 4선 의원으로 3선의 주 최고위원과 10년을 넘게 우정을 키워온 신 의원의 입장에선 그의 행동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안타까운 마음부터 앞섰기 때문입니다.
특히 신 의원의 입장에선 주 최고위원이 동기 해군장교라는 점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다고 합니다. 이들은 1976년 3월 진해 해군사관후보생대(OCS)에서 18주 동안 함께 ‘빳다’를 맞고 온갖 훈련을 같이 견뎌낸 사이입니다. 주 최고위원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의 목소리들이 정치인 신기남이 아닌 해군장교 신기남을 일깨우기 충분했던 시간들이었죠,
지난 추억을 더듬던 신 의원은 자신의 전화마저 부담스러워 할 주 최고위원을 배려해 트위터에 짧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나의 해군장교 동기생인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간곡히 요청합니다”라고 말문을 뗀 신 의원은 더 차분한 어조로 “이제 정청래 최고위원의 사과도 받아들였으니 그만 자리로 복귀해 주시오”라고 당부했습니다. 당내에서도 소신파로 직언을 두려워하지 않는 신 의원의 평소 말투를 고려하면 최대한의 예의를 갖춘 셈입니다.
신 의원은 이어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여기서 더 발전 시킬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진정 우리를 걱정하는 사려 깊은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헤아려서 (최고위원직에 복귀해 주십시요)”라고 재차 주 최고위원을 설득했습니다. 새정치연합이 친노-비노 갈등으로 국민들을 계속 실망시키면 내년 총선에서도 그 여파가 미칠 것이 자명해 주 최고위원의 결단이 절실하다고 본 것입니다.
신 의원은 평소에도 최고위원 경선에서 1등을 차지한 주 최고위원을 존중하는 뜻에서 사석에선 ‘수석최고위원’이라 불렀다 합니다. 실제로 신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당 최고위에서 주 수석최고위원은 유일한 호남-비노 성향”이라며 “그의 존재감은 당 차원에서 중요한데, 공갈 발언으로 스스로 물러날 경우 그 존재감마저 없어질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트위터를 이용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 의원은 “재보선 패배가 (비노 세력에겐)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울 찬스이고, 그 상황을 십분 이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론 자연스러운 것”이라 현 상황을 담담히 분석하면서도 “(계파 갈등이) 너무 멀리가면 당이 위태로워지니 주 수석최고위원이 복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해군장교 동기의 마음이 담긴 트위터 글은 주 최고위원에게 아직 닿지 않은 것 같습니다. 12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 후 주 최고위원이 “사퇴한다는 뜻엔 변함이 없다”는 말만 남기고 다시 여수로 떠나버렸기 때문입니다.
인연과 추억의 힘보다 정치의 원심력이 더 큰 것일까요. 신 의원의 트위터 설득이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불확실하지만, 주 최고위원의 고집이 이어진다면 당의 내분이 멈추지 않을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 내분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서 야당의 잔인한 봄날은 속절없이 흐르고만 있습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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