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식물환경연구소 개발
향 일찍 소멸하는 수입산 단점 극복

경기 용인의 놀이공원 에버랜드는 공원 가득 장미꽃이 만발하는 매년 5월마다 장미축제를 벌인다. 그런데 지난 8일부터 시작된 올해 장미축제는 특별하다. 바로 직접 개발한 정원용 토종 장미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에버랜드는 1년 6개월 동안 토종 장미 개발에 공을 들였다. 개발의 주역은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제일모직 식물환경연구소의 김군소(62) 소장과 최지용(44) 수석, 하호수(40) 책임이다. 이들이 직접 장미 개발에 뛰어든 이유는 수입산 서양 장미의 단점 때문이다. 최 수석은 “수입 장미들은 향기가 오래 지속되지 않아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이후면 모두 사라지고, 향기가 오래 가는 장미들은 병충해에 취약한 문제를 안고 있다”며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한 장미를 직접 개발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은 힘들었다. 무려 1,500번에 이르는 교배 시험을 거쳤다. 하 책임은 “전날 힘들게 교배 작업을 끝낸 장미들을 다음날 아침 조경사들이 모르고 모양을 내기 위해 잘라 버린 경우도 많았다”며 “갑자기 기온이 올라간 이상 고온 현상 때문에 꽃의 교배 시기를 결정하지 못하는 등 고생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고통의 열매는 달다. 어렵게 탄생한 만큼 특허료 수입 등 상당한 경제적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 대량 생산과 해외 판로 개척이라는 어려운 과제도 남아 있다. 최 수석은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면 자체 개발한 장미가 수출 효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해외 장미 육종 업체인 영국의 데이비드 호스틴에서 개발한 장미나무는 세계 시장에서 1그루에 약 3만원에 팔린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에버랜드는 장미축제 30주년을 맞는 올해 자체 개발한 토종 장미를 사용한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내년에는 이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김군소 제일모직 식물환경연구소장은 “내년 장미축제 때는 이번에 개발한 장미를 대량 생산해 1만그루 가량 선보이겠다”며 “공개하기 힘들지만 해외 시장 진출 계획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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