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처리 불발에
"맹탕ㆍ졸속개혁으로 매도 당해
대통령 한숨 나오면 난 가슴 터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불발과 관련해 청와대에 내비치는 불편함과 불만의 강도가 점차 세지고 있다. 처리 무산의 책임을 여당이 모두 뒤집어 쓰고 있다는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청와대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꼬집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 한숨 나온다는데 나는 가슴 터질 듯”
김 대표는 13일 국회 퓨처라이프 포럼 주최의 공무원연금 개혁 세미나에 참석해 “맹탕개혁이다, 졸속이다, 비열한 거래다 이런 말로 매도당하면서 이렇게 오물을 다 뒤집어 써야 하는지 기가 막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4개월 만에 최초의 사회적 대타협을 성공시킨 건 전혀 평가받지 못하고 이런 말을 듣는 심정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그는 특히 “대통령은 한숨이 나온다는데 저는 이 문제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맞불을 놓았다. 전날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석상 발언을 두고서다. 자신의 답답함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는 의미다.
개혁안 처리의 걸림돌이었던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소득대체율 문제는 완전 별개인데 이것이 옳으냐 그르냐가 이슈가 되니 허망할 따름”이라고 했다. 50% 명기를 고집하는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들리지만, 이를 청와대가 과도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깔려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ㆍ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공무원연금 합의문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비판하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며 “과연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잘못됐는지 정부의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협상가에게 재량을 주지 않는 협상은 성공할 수 없다”고 했던 전날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청와대가 협상의 고비고비마다 개입해 방향을 틀었다며 에둘러 비판하던 그가 이젠 직격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의 공동책임론 우회 표현” 해석
김 대표의 강공 행진은 공무원연금 개혁 불발의 근본 원인이 야당과 더불어 청와대에도 있음을 피력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연금 개혁안이 표류하는 데 대한 비난이 청와대와 야당에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야당은 물론 정부와 청와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 주변에선 지난 6일 김 대표가 청와대의 입장을 감안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수정제안을 거부했는데도 오히려 이 같은 결단을 폄훼하고 있다는 불만도 상당하다. 한 측근의원은 “소수이지만 친박 핵심 의원들이 반대하는 걸 보고 심각한 계파 갈등을 우려해 결국 강행처리를 미룬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청와대나 정부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보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딱 맞다”고 혀를 찼다. 여기엔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협상의 과정과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것 아니냐는 당내 기류까지 포함돼 있다.
김 대표가 개혁안 처리 불발에도 자신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리얼미터의 11일자 조사에선 차기 대권후보 가운데 김 대표가 22.6%를 얻어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를 0.1%포인트 앞지르며 1위를 기록했다.
청와대는 일단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미흡하니 더 했으면 좋겠지만 상대가 있는 것이니 합의된 대로 빨리 처리해달라는 것”이라며 “대신 국민연금과 관련해서는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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