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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서진용의 화려했던 데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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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서진용의 화려했던 데뷔전

입력
2015.05.14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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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이미지를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5년이었다.

SK 서진용(23)이 생애 첫 1군 등판에서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감독, 프런트 모두 극찬할 만큼 두둑한 배짱이 눈에 띄었다. 서진용은 지난 13일 문학 두산전에서 1-3으로 뒤진 6회초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8일 엔트리에 등록된 이후 첫 등판이었다. 이날 경기는 2011년 SK 유니폼을 입은 그가 치르는 1군 데뷔전이기도 했다. 서진용은 7회 오재원에게 투런 홈런을 맞았지만 2이닝 동안 3피안타 무4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최고 시속 151㎞의 강속구를 한 가운데 꽂아 넣는 배짱이 일품이었다.

서진용은 야구 팬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SK 팬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존재다. 중학교 때까지 내야수를 하다가 경남고 3학년 때 투수로 전향했고, 2011년 신인지명회의에서 전체 7번으로 SK 유니폼을 입은 탓이다. 당시 구단은 "2,3라운드까지 갈 경우 타구단에 뺏길 게 뻔했다. 경험은 적지만 2~3년 후 팀에서 좋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투수 경험이 고작 1년인 우완 투수를 지명했다.

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학교에 즉시 전력감, 탈고교급 투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장 인천 제물포고의 이현호(두산)가 있었다. 부상은 있었지만 150㎞ 가까운 공을 뿌리던 왼손 투수였다. 하지만 구단은 비난을 무릎 쓰고 서진용을 택했다. 그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에 베팅을 했다.

당시 서진용은 자신이 1라운드에 뽑힐 것이라고는 감히 생각조차 안 해 지명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SK가 한 도박에 가까운 선택이 만들어낸 희귀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드래프트가 끝난 뒤 터졌다. 고교 리그를 뛰던 그가 무릎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것이다. 결국 팬들은 다시 한 번 흥분했고, 서진용은 신고선수로 전락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1년 뒤 정식 선수로 계약한 그는 상무를 거쳐 팀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마무리훈련은 물론 전지훈련에도 참가해 김용희 SK 감독 앞에서 씩씩하게 공을 뿌렸다. 그 결과 이날도 두산의 강타자를 맞아 주눅들지 않는 모습으로 팬들을 열광케 했다. '미래'를 보고 뽑은 1년 경험의 투수가 마침내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한 셈이다.

직구는 물론 위력적인 포크볼까지 힘있게 뿌린 그는 "투수는 맞으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홈런은 개의치 않는다"고 경기 후 당찬 소감을 밝혔다. 또 "첫 등판이라서 설레고 긴장됐는데 던지면서 적응했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볼을 던지지 못해 아쉬웠다"며 "내 볼을 믿고 던졌다. 다음 등판에는 내가 좀 더 만족할 수 있는 투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배짱에 김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보냈다. 김 감독은 "(서)진용이가 프로 첫 등판에서 겁 없는 피칭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박수를 쳤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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