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딱지를 뗀 NC. 선수들 기량이나 훈련 태도, 경기에 임하는 자세까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 시즌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 야구'를 했고, 올 시즌도 13일 현재 4위(18승16패)로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팀을 지휘하는 김경문 NC 감독은 올해 유독 냉정한 잣대를 댄다. 경기 중 질책성 선수 교체를 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어이 없는 실수를 하거나 자리에 맞지 않는 플레이, 잠깐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여지 없이 바꾼다. 일종의 충격 요법으로 선수단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방식이다.
◇용병도, 프랜차이즈 스타도 예외 없다
김 감독은 13일 잠실 LG전에서 에이스 찰리 쉬렉과 4번 타자 에릭 테임즈를 일찍 뺐다. 찰리는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4피안타(1홈런) 3실점한 뒤 강판했다. 2013년부터 1선발로 활약했던 그의 최소 이닝 투구다. 찰리는 올해 9경기에서 4승(4패)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5.13에 달할 정도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다. '복덩이 타자' 테임즈 또한 1회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후 2회 수비 때 교체됐다. 두 명 모두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NC 관계자는 "컨디션 난조로 벤치에서 교체를 했다"고 설명했다. 컨디션 난조는 부진을 의미한다.
김 감독의 채찍은 앞서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에게도 향했다. 지난 8일 롯데전에서 연이어 루킹 삼진을 당한 나성범을 두 타석 만에 뺐다. 중심 타자가 과감히 방망이를 돌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돌아선 모습에 실망한 것이다. 지난달에도 나성범의 엉성한 우익수 수비가 나오면 경기 중간에 교체하기도 했다. 주전 3루수 자리를 지석훈에게 뺏긴 모창민도 마찬가지다.
◇팀을 위해 잘하는 선수에게 희생을
김 감독은 "잘하는 선수를 희생으로 삼는 것이 팀에 좋다"고 했다. 주축 선수들에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일 수 있도록 하면서 이들 대신 나가는 선수들은 주어진 기회를 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팀이 건강해지려면 긴장감 있는 경쟁 구도는 필수다.
내야수 지석훈과 외야수 김성욱이 김 감독의 의도대로 돋보인 경우다. 지석훈은 백업으로 시작했지만 모창민의 부진이 길어지며 3루 자리를 꿰찼다. 어느 내야 포지션이라도 소화 가능한 수비력은 물론 방망이까지 물이 올랐다. 13일 현재 타율 3할5푼8리(81타수 29안타) 3홈런 11타점으로 입지를 확실히 다졌다. 김 감독이 스프링캠프에 기대주로 콕 찍은 김성욱은 타율 3할1푼(42타수 13안타)을 기록 중이며 언제든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경기 중 선수를 빼는 김 감독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러나 팀이 잘 되려면 조직 구성원 중 누군가의 희생은 필요하고, 김 감독은 '잘하는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을 하면 파급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고 여겼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