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는 이엽우피소 주산지
20년전 '개량 백수오' 오인 재배
"수년 전부터 논란 많았는데
방치하던 정부 뒤늦게 뒤통수"
지난달 파종 이엽우피소 갈아 엎고
진짜 백수오도 판로 차단 전전긍긍
유통과정에 혼입 가능성 높아
농민들 "가격차 커 구분 출하 엄격"
‘백수오 게이트’에 백수오ㆍ이엽우피소 주산지인 영주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농민들은 이엽우피소 파종 밭을 갈아엎기 시작했고, 진짜 백수오 재배 농민들도 판로가 막힐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영주시도 보관 중인 이엽우피소를 폐기하고 재배전환을 요구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다. 농민들은 “어제오늘 얘기도 아닌데 가만 있다가 뒤늦게 터뜨리는 바람에 애꿎은 농민들 다 죽게 생겼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영주시가 집계한 영주지역 백수오 생산량은 건조중량 기준 2013년 103톤(재배면적 집계 없음), 지난해는 74㏊에 116톤에 이른다. 논란의 이엽우피소도 생산량이 백수오와 비슷할 것으로 추산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뒷북행정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06~2007년부터 이엽우피소가 문제가 됐는데 관계당국이 이를 방치하다가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전하원(63ㆍ영주시 장수면)씨는 “문제가 있다면 진작 파악해 아예 생산과 유통을 금지했어야 하는데 어정쩡하게 방치하다가 이엽우피소는 물론 백수오 재배 농민들까지 다 죽게 생겼다”고 성토했다.
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의 원료 백수오에 이엽우피소가 혼입됐다는 발표 이후 지역 이엽우피소 재배 농민들은 순도 올라오지 않은 밭을 갈아엎고 있다. 비닐 피복을 걷어야 하기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영주 지역이 이엽우피소 주산지가 된 것은 1996년쯤이다. 장수면 장수약초작목반 대표 권영민(61) 씨는 “원래 장수면은 백수오 주산지였는데 재배가 쉽고 생산량이 많은 이엽우피소를 신품종 백수오(또는 중국산 백수오)로 알고 심었다”고 말했다. 지주대를 세우지 않아도 되고 병해충에 강해 관리가 편한데다 수확량도 백수오의 3~5배에 달해 한때 대부분 이엽우피소를 재배한 적도 있다.
권 씨는 “이엽우피소나 백수오나 다 같은 종이고, 단지 이엽우피소는 다수확 개량종인줄로만 알았는데 2007년 한 연구를 통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같은 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 고시’를 통해 백수오의 기원 식물로 ‘큰조롱’만 인정했다. 이엽우피소인 ‘넓은잎큰조롱’은 ‘공식적’으로 한약재나 식품으로 유통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임무석 전 영주시보건소장은 “당시 워낙 많은 농가가 이엽우피소를 재배하는 탓에 한약재로 공식 인정받기 위해 전문기관 등에 알아보기도 했지만 불발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내 유명 전통주 회사에 대한 이엽우피소 납품도 끊겼다. 하지만 상당수 농민들은 이엽우피소를 포기하지 못했다. 다수확인데다가 중간 유통상들이 여전히 수매했기 때문이다. 가격도 좋아 2013년에는 백수오 값의 50%에 육박한 적도 있다. 수확량을 고려하면 백수오보다 2배 이상 소득을 올렸다. 반면 정부는 2013년 5월 식약청이 ‘이엽우피소의 식품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공문만 보냈을 뿐 재배금지 등의 조치는 없었다. 수년 전부터 재배지도 봉화 안동 등으로 급속히 확산한 점을 고려하면 경북지역 농민들의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백수오로 유통된 물량의 상당수는 이엽우피소이거나 섞였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백수오 재배면적은 2012년 9㏊이던 것이 2013년 40㏊, 지난해는 195㏊로 급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백수오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 재배면적도 크게 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주농협도 2013년 15톤에서 지난해 60톤의 백수오를 수매해 제약회사나 약재시장 등에 판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1㏊당 생산량은 건조 기준으로 1.8~3톤 정도 되는 점을 고려하면 2013년 전국 백수오 생산물량은 적게는 72톤에서 많아도 120톤이다. 2013년 영주지역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보다 더 많은 기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농민들은 백수오와 이엽우피소가 혼입된 것은 중간 유통상 탓으로 보고 있다. 한 농민은 “가격차가 크기 때문에 출하할 때 백수와 이엽우피소를 엄격하게 구분하는데 섞였다면 결국 중간 유통과정이나 제조사에서 사단이 났을 것”이라며 “백수오나 이엽우피소나 효능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지금이라도 정부가 나서서 독성과 효능을 분석, 완전 금지하든지 정식으로 허용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