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가 연장 근로 보상 못 받아
"임금 등 모든 것 사장이 좌지우지"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는 의무다. 그러나 출판 노동자의 21.2%는 근로계약서 없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8%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받지 못했다. 평균 근속연수는 3.1년에 불과하며, 이직을 고려하는 주요인(복수응답)은 임금(49.5%), 근로 조건(42.3%), 경영 방향(44.1%) 순이다. 임금은 회사의 일방적 통보로 결정되는 경우가 58.5%로 절반이 넘는다. 출판 노동자의 절반(50.3%)은 주 1~2회, 22.4%는 더 자주 연장근로를 하고 있지만, 연장근로 보상을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74.7%)이다. 연장근로, 휴일근로 등 시간외근로를 하게 되는 주요인은 무리한 출간 일정이 44.5%로 첫손에 꼽혔다.
전국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의장 고태경)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출판노동 실태조사 보고서를 12일 저녁 서울 서교동의 인권재단 사람에서 발표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501명이 응답한 이번 조사는 지난해 8월 25일부터 10월 31일까지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됐다. 출판 노동 실태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아직 없는 상태에서 출판 노동자들이 직접 문항을 짜서 진행한 첫 조사다.
풍문으로만 돌던 출판업계의 임금 실태도 얼추 파악됐다.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포함한 연봉을 경력별로 보면 1년차 평균 2,134만원으로 시작해 6년차까지는 3,000만원 이하로 나타났다. 연봉 4,000만원 이상은 15년차 이상에서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47.9%는 성희롱예방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했고, 36.1%는 직장 내 성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 세 명에 한 명 꼴로 업무와 관련해 성적 수치심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는데, 가해자는 사용자나 상사가 61.5%로 가장 많고 저자ㆍ역자 등이 40.7%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발표회에 참석한 출판 노동자들은 국내 출판사들이 대부분 영세해 사장의 뜻대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중석 발언에는 사무실 이사를 하루 앞두고 회사가 어려워 사장과 경리만 이사 간다고 통보한다든지, 임프린트 출판사 사장이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자신은 본사로 취업하는 등 황당한 사례가 다수 나왔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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