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3명이 중상을 입었다. 총을 난사한 최모(23)씨는 실탄 10발이 들어있는 탄창을 지급받아 영점 사격을 위한 세발 중 한발을 쏜 다음 갑자기 뒤돌아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동료 예비군 4명에게 7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군 훈련사고는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고질이 됐다. 1993년 6월 경기 연천의 포병사격훈련장에서 155㎜ 고폭탄 장약통에 불이 붙어 예비군 16명과 현역 장병 3명이 숨졌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은 사고 이후 예비군 제도 전면 재검토 등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이듬해 5월 경기 미금시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 오발사고로 예비군 한 명이 숨졌고, 7월에는 대구 훈련장에서 사격 훈련 중이던 대학생이 자살했다. 1999년 광주에서도 예비군 총기자살 기도가 있었고, 2004년 4월에는 경기 양주에서 훈련용 전지뇌관이 터져 예비군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최근 5년간 예비군 훈련 중 발생한 사고가 68건에 달한다고 하니 예비군 훈련 관리가 얼마나 부실한지 짐작이 간다.
이번 사건은 현역부대도 아닌 예비군 훈련장에서 총기로 고의 인명살상을 첫 사례여서 충격은 더 크다. 특히 최씨는 현역 복무시절 중점관리대상(관심병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입대 당시 병무청 인성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고, 병적기록에 우울증 치료 전력도 있다. 예비군이더라도 극히 위험한 총기를 다루는 훈련인 만큼 문제 소지가 있는 예비군에 대해선 특별한 주의조치를 할 필요성을 일깨운다. 기간병사를 늘려 훈련 관리를 좀더 촘촘히 할 필요도 있다. 이밖에 영점사격용 실탄을 우선 3발 지급하고, 이후 6발 지급하는 통상 방식을 따랐더라면 이번 인명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거슬리는 건 사건 후 군의 대응 태도다. 사고 직후 군 당국은 예비군들을 장시간 부대 내에 머물게 하면서 외부와의 연락을 통제, 총기사고 소식을 접하고 놀라 달려온 가족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동원 예비군은 군이 통제하나, 엄연한 민간인들의 안전 여부를 가족들에게조차 신속히 확인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루 종일 현장접근은 차단됐고, 제대로 된 브리핑조차 나오지 않았다. 국방부대변인이 “신속하고 투명한 규명”이라고 하나마나 한 장관의 말을 전했을 뿐이다. 사고가 나면 무조건 통제, 차단하고 그 안에서 사안을 축소 왜곡해온 오랜 군 체질이 여전함을 또 한번 확인시켜준 행태다. 이러고서 군이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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