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만에 복각… 26일 출시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사 달라
기타리스트로 참여한 희귀앨범도
‘가왕’ 조용필(65)이 스물두 살이던 1972년 발표한 진정한 데뷔 앨범이 LP(바이닐 레코드)로 복각돼 나온다. 1980년 지구레코드에서 나온 공식 1집 이전의 진짜 1집 ‘스테레오 힛트 앨범’이다. 심지어 공식 1집 이전에 나온 2집도 있다. 진짜 1집은 지난해 10월 CD로 먼저 나왔고 제작 과정이 오래 걸리는 LP는 26일 출시된다. 무려 43년 만의 LP 재발매다. 더불어 조용필이 가수가 아닌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던 유일한 앨범인 김대환과 김트리오 악단의 ‘드럼! 드럼! 드럼! 앰프 기타 고고! 고고! 고고! 고고!’(1972)도 같은 날 LP로 다시 나온다. 희소성이 높아 그간 수십 만원에 거래되던 이 희귀앨범들을 이제 원본과 거의 똑같은 새 음반으로 들을 수 있게 됐다.
김두수, 유재하의 앨범을 LP로 재발매했던 음반사 씨앤엘뮤직이 이번 조용필의 초기 희귀작 2개를 LP로 부활시켰다. 원래 음원이 담긴 마스터테이프가 분실돼 현재 남아있는 초판 LP 중 가장 깨끗한 것들을 수소문해 이를 원본 삼아 제작했다. 저작권을 갖고 있던 최동권 국제기획 대표의 유족에게 허락을 받았다. 최우석 씨앤엘뮤직 부장은 “당시 LP를 찍어내는 프레싱 기술이 좋지 않아 초판 LP의 음질 자체가 썩 좋은 편이 아니라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레코드 판을 제작할 수 없어 미국과 독일을 거치는 바람에 LP 발매가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스테레오 힛트 앨범’은 무명 밴드에서 활동하다 막 데뷔한 미완의 조용필을 만날 수 있는 진귀한 앨범이다. 자작곡과 다른 작곡가의 곡, 번안곡이 고루 실렸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조용필이 처음 녹음한 ‘돌아와요 부산항에’(황선우 작곡)다.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로만 반주를 한 이 단출한 곡에서 조용필은 약간 설익은 트로트 창법을 구사한다. 가사도 큰 차이가 있다. 2절 가사는 아예 다르고, 마지막 부분도 잘 알려진 ‘돌아왔다 부산항에 / 그리운 내 형제여’가 아니라 ‘돌아와요 부산항에 / 보고픈 내 님아’로 끝난다.
1970년 김해일이 ‘돌아와요 충무항에’라는 제목으로 먼저 발표했던 이 노래는 2년 뒤 조용필이 다시 부른 뒤에도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탈리아 곡을 번안한 ‘일하지 않으면 사랑도 않을래’가 ‘저속한 가사’를 이유로 금지곡이 되면서 이 앨범은 판매 금지라는 불운을 겪기도 했다. 조용필은 4년 뒤 음반제작자 킹박(본명 박성배)의 제의로 가사를 일부 바꾸고 편곡도 트로트로 바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국민 가요로 만들었다. 재일교포의 고향 방문단이 부산항에 밀려들어온다는 점에 착안해 가사를 바꾼 게 적중한 것이다.
조용필은 자신의 첫 번째 앨범을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정규 앨범 목록에도 포함하지 않았다. 10여년 전 한 인터뷰에선 “그 때는 가수를 하겠다는 생각도 없었고 떠밀려서 했던 것이기 때문에 내 앨범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는 “조용필의 음악이 집약된 앨범”이라며 “진성과 가성을 동시에 구사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통해 넓은 음역대의 가창력을 유감 없이 증명해 보였다”고 평했다.
김대환과 김트리오 악단의 유일한 앨범인 ‘드럼!…’은 조용필이 데뷔 앨범을 녹음한 그 해 참여해 완성한 작품이다. ‘스테레오 힛트 앨범’과 마찬가지로 초판 LP를 복각해 지난달 CD로 먼저 발매했다.
전설의 드러머 김대환(1933~2004)이 록과 재즈, 정박과 변박을 오가며 현란한 기교를 선보이는 가운데 이남이(신중현과 엽전들, 사랑과 평화)와 조용필이 악보를 따라가며 조용히 베이스와 기타를 연주한다. 호세 펠리치아노의 ‘레인’을 리메이크한 ‘비’, 블라인드 페이스의 ‘두 왓 유 라이트’를 재해석한 ‘마음대로 해라’, 비틀스의 ‘겟 백’을 다시 연주한 ‘돌아오라’ 등 10곡이 실렸다. 가창 부분이 없어 조용필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드럼이 록 밴드를 주도하는 국내 가요사에서 흔치 않은 현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최우석 부장은 “원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원판을 깎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했다”며 “구경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희귀한 음반인데 보다 많은 사람이 김대환 선생의 뛰어난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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