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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내 정체성, 계속 다루게 될 것 같다"

입력
2015.05.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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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美소설가 이창래

'영원한 이방인' 재출간 기념 방한

"나이들수록 세계적 화두에 관심

노벨상 후보 거론은 농담 같아"

미국 문단에 화제를 몰고 온 데뷔작 '영원한 이방인' 20주년을 맞아 방한한 소설가 이창래씨는 "디지털시대에서 문학은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미국 문단에 화제를 몰고 온 데뷔작 '영원한 이방인' 20주년을 맞아 방한한 소설가 이창래씨는 "디지털시대에서 문학은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한국계 미국 소설가 이창래(50)씨가 데뷔작 ‘영원한 이방인(Native Speaker)’의 재출간 및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세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한 이씨는 월스트리스트에서 주식분석가 등으로 일하다가 1995년 이민자의 삶을 그린 장편소설 ‘영원한 이방인’을 발표, 단숨에 미국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완벽한 원어민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정체성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헨리 파크란 인물을 내세운 이 소설로 이씨는 “서정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서사, 밀도 높은 구성,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작가”라는 현지 언론의 극찬을 받았으며 펜/헤밍웨이 문학상을 비롯 6개의 주요 문학상을 석권했다. 이후 ‘척하는 삶’(1999년) ‘가족’(2004년) ‘생존자’(2010년) ‘만조의 바다 위에서’(2014년) 등을 통해 위안부 문제, 미국 상류층 삶의 허상, 자본주의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 등을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조명해 왔다. ‘생존자’는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02년부터 프린스턴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4년 연세대 석좌교수로 임용됐다.

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씨는 자신의 첫 소설이 “완벽한 외부인의 목소리로 여겨졌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많은 이민자 작가들이 미국 문단의 범주 안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세월의 변화를 실감했다. 그는 연세대와 이화여대에서 특강을 한 뒤 다음주 미국으로 돌아간다.

_20년 전 소설을 다시 읽으며 작가로서 느끼는 소회는?

“내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은 적은 별로 없지만 가끔 다시 들춰보면 현재의 관심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영원한 이방인’은 이민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어의 힘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정체성을 규정하는 언어의 힘’이란 소재는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린다. 지금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민자 작가들에겐 20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허용되고 있다. 동시대 미국 문학 트렌드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끊임없이 새로운 목소리가 나오고 또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_과거 인터뷰에서 주변과의 괴리감, 소외감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바뀐 점이 있나.

“환경과의 온도 차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확실히 더 편안해졌다. 문화적 차이나 이질감은 점점 덜 중요해진다. 20년 간 미국 문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현지에 완벽하게 적응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요리나 영화 등 한류의 전파 덕에 한국 문화가 더 이상 미국인들에게 생소하지 않다. 어릴 때만 해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사람들에게 설명해야 했는데, 현재 한국 문화의 위상은 중국 일본과 거의 비슷해졌다.

_지금까지 쓴 다섯 권의 소설에서 한국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최근작 ‘만조의 바다 위에서’에선 ‘먹다가 배탈이 나는 한국 음식’으로 딱 한 번 등장한다. 한국이란 소재를 극복하게 된 건가? 앞으로는 세계적인 소재의 작품을 쓸 계획인지.

“의식적으로 세계적인 주제를 다루려는 건 아니다. 흰 머리가 늘면서 개인의 이야기보다는 세계적인 화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만조의 바다 위에서’에선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무엇이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쓰고 싶었다. 한국이란 소재는, 나의 정체성인만큼 앞으로도 계속 다루게 될 것 같다. 작가로서 늘 새로운 작품을 쓰려고 노력하며 지금까지 쓴 작품들이 각기 다르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_과학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끝까지 아날로그로 남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다.

“내가 말하려던 건 우리 시대 문학의 역할이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우리 삶에는 결코 수로 환산할 수 없는 신비한 측면이 존재한다. 이게 문학의 존재 의미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디지털 시대 속에서 우리 자신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이다. 젊은 세대가 문학의 이런 기능에 대해 꼭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_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솔직히 다 농담처럼 들린다.(웃음) 후보로 거론되는 건, 좋은 측면에선 유행이나 돈을 좇지 않고 순수하게 문학을 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만약 상을 받았을 때) 내 한국적인 면이 부각된다면 기쁘고 자랑스러울 것 같다.”

_현재 구상 중인 작품이 있나, 꼭 쓰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

“난 늘 작품을 쓰고 있지만 새 작품에 대해 미리 말하는 건 꺼리는 편이다. 차기작에선 아시아를 누비는 중국인 사업가의 이야기를 통해 세계 자본주의를 다룰 예정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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