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두렵다. 한 달만 버티자는 생각이다."
'삼시세끼'의 나영석 PD가 동시간대 경쟁작 KBS2 금요극 '프로듀사'에 대한 두려운 속내를 털어놨다.
나 PD는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DMS빌딩에서 열린 tvN '삼시세끼 정선편2'의 기자간담회에서 "상당히 주눅든 상태"라며 "얼핏봐도 화려한 배우에 제작진이라서 '어벤저스' 느낌이다. 다행히 그 쪽은 1개월 정도면 끝나고 우리는 4개월 장기 프로젝트다. 한 달만 잘 버티면 되지 않나 싶다"고 했다.
'프로듀사'의 연출은 나 PD가 KBS 재직 당시 6년 선배인 서수민 PD. KBS에서 몸담았다가 CJ E&M으로 이직한 나 PD의 사연과 맞물려 색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KBS 예능국을 배경으로 한 '프로듀사'의 첫 회엔 '나영석을 다시 데려올 수 없나?'라는 대사까지 등장한다. 이와 관련 나 PD는 "아니 조용히 연락주면 될 것을 왜 방송으로 하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서진, 옥택연에 김광규가 새로 투입된 '삼시세끼 정선편2'는 15일 밤 9시 45분 첫 방송 된다.

-어촌편의 반응이 확실히 좋았다. 정선을 다시 갔을 때 연출 포인트에 부담이 많았을 것 같다.
"부담이 엄청나다. 어촌편 시청률이 과도하게 잘 나왔다. 차승원과 유해진의 독특한 캐릭터가 주효해서 가능했다. 그러나 이서진과 옥택연에게도 그랬지만 새로 합류한 김광규에게 굳이 어촌편 얘기는 하지 않았고, 정선 편만의 매력을 살리려고 했다."
-전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꽃이 많이 피었다. 전에는 가을이었고, 이미 조성된 텃밭에서 무엇을 해먹는 게 포인트였다면 지금 정선은 봄이 왔다. 농사를 더욱 적극적으로 짓게 되며 아름다운 풍경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어촌처럼 읍내에서 식료품 구매를 금지시켰다고 들었다.
"어촌편보다 힘들게 해야 사람들이 더 좋아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틀을 못 버티겠다. 이 사람들이 벌써 읍내에 중독 됐다. 병원에 갈 지경이다. 촬영은 몇 번 안 했는데 아이스크림은 몇 번이나 사먹었나 모르겠다. 자꾸 꼼수를 쓰려고 해서 골치가 아프다. 마음대로 안된다."
-김광규의 고정 캐스팅이 다소 의외다.
"일손이 부족해서 모셨다. 이제는 농사를 직접 지어야 한다. 사실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프로그램인데 지난번에 출연할 때 자연스럽더라. 그런데 이 분이 허리가 안좋으셔서 계속 누워있다. 이서진에게 계속 욕 먹고 있다."

-전작에서 옥택연은 어린 아이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많이 성장했나.
"성장? 잘 모르겠다. 반년 만에 얼마나 했겠나. 전략을 바꿔보려고 한다. 정선편 가을을 봤더니 어르신들이 손님으로 와서 택연이 많이 불편했을 것 같다. 당시 구하라가 왔을 때 택연이 최고의 생산성 발휘했다. 그 걸 교훈삼아 비슷한 나이대 게스트를 불러서 음식을 열심히 만들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주겠다."
-'삼시세끼'의 마지막 버전이라고 들었다.
"정선에서 가을, 어촌에서 겨울, 다시 정선에서 봄과 여름을 보낸다. 대망의 1년 장기 프로젝트는 이번으로 끝난다. 한편으론 '삼시세끼' 본편이다. 그 뒤에 이어질 '삼시세끼'는 시청자 반응 보고 판단할 것이다."
-'프로듀사'와 동시간대 경쟁이다.
"상당히 주눅 든 상태다. 얼핏 봐도 화려하다. 감독이나 작가 모두 '어벤저스' 느낌이다. 두렵다. 다행히 우리는 4개월 장기 프로젝트다. 그 쪽은 한달 정도로 끝날 것 같은데 그 기간만 잘 버티면 되지 않나 싶다. 일단 태풍을 맞서면 망하니 빗겨 지나가려는 전략이다. 서수민 PD나 다들 아는 분들이지만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망했으면 좋겠다'고도 못하겠다. 복잡한 감정 속에 만들고 있다."
-'프로듀사' 첫 방송에 '나영석 다시 데려 올 수 없나'라는 대사가 나온다고 한다. 그 질문에 화답하자면.
"조용히 연락 주면 고민했을 텐데 왜 방송으로….(웃음) 재미로 넣은 대사겠다. KBS는 친정이라고 생각한다. 오고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늘 편안한 감정을 갖고 있는 곳이다. 실제 의미로 들어가자면 다시 가는 건 힘든 얘기다. 가면 안 된다. 여기서 같이 일하고 있는 후배가 몇명인데…."

-나영석표 예능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서진과 최지우의 로맨스를 이번에도 볼 수 있나.
"최지우는 이제 패밀리라고 생각한다. 시간만 괜찮으면 급하게 모실 수도 있다. 돌발적인 에피소드를 예상한다. 최지우도 그 부분에 굉장히 열려있어서 이번에 놀러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나 싶다."
-차승원과 이서진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나.
"언제라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지만 초반부에는 정선편만의 특색을 키우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정선편은 어떤 의미가 있나.
"정선편에는 사실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이 있다.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자연과 동물, 익숙하지 않은 삶에서 좌충우돌하지만 어떻게든 살아가는 모습들, 평소에 원하는 그림이다. 가끔 죄책감이 있다. 일은 일인데 이게 일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게 정선편에 있다고 본다."
-만드는 예능마다 승승장구하고 있다. 언제까지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언젠가 망한다고 늘 생각한다. 한 때 어깨도 무거웠고 불안했다. 당장 지금 망할 수 도 있겠지만 잘 되면 감사한 일이라고 여기며 임한다. 지금은 아니겠지라는 열심히 만들고 있다. 상황이 전작과 비교해서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삼시세끼' 자체가 태생적으로 다른 프로그램이다. 애초에 상대 프로그램을 신경썼다면 독특한 '삼시세끼'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첫 방송을 앞두고 각오 한마디.
"첫 회부터 예쁜 꽃들이 많이 나온다. 바쁘게 일하느라 봄이 어떻게 갔는지 몰랐던 사람들은 우리 방송을 보면 아름다운 정선의 봄을 음미할 수 있다. 우린 원래 그런 방송이고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생각이다. 이 색깔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실망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