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달라졌다. 2014년 한화의 성적은 참담했다. 49승 77패 2무로 9위였다. 2009년부터 한 해를 제외하고 계속 꼴찌였다. 만성적인 패배에도 끝까지 경기를 지켜보던 한화 팬들은, 스스로를 보살이라 불렀다. 보살팬들이 나서서 한화그룹에 감독 교체와 팀 전력 보강을 요구했고,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이 선임됐다. 그리고 ‘야신’은 무기력하던 한화 이글스를 용맹한 독수리 팀으로 바꾸었다.
한화 유니폼을 입기 전, 김 감독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사령탑이었다.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해 야구를 포기했던 선수들을 모은 팀의 수준은 최악의 상태였다. 곧바로 김성근식 지옥훈련이 시작됐다. 훈련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조로, 고강도의 체력 훈련을 바탕으로 타격과 수비 연습을 실행했다. 결과는 빛났다. 고양 원더스는 3년 만에 해체됐지만, 30여명에 가까운 선수들이 프로구단에 입단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다큐멘터리 ‘파울볼’(조정래, 김보경 감독)에 그 내용이 담겨있다. 야구를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 어떻게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작품이다.
작년까지 ‘화나이글스’로 허탈했던 팬들이 올 해는 중독성 강한 경기를 펼치는 ‘마리한화’로 즐겁다. 역전해서 짜릿하게 이기는 경우도 많다. 이런 변화를 야구 전문가들은 ‘성근매직’이라 부른다. 감독 하나 바뀌었다고 팀의 체질이 이렇게 달라지나 싶을 정도다. 김 감독과 선수들은 어떤 팀을 상대로 하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것이 가장 큰 자산이다. 김성근식 야구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그가 만드는 결과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리더는 결과로 말할 뿐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보선에서 완패했다. 낮은 투표율과 야권 분열 등으로 이기기 힘든 선거였다 하더라도, 그것은 문재인 대표의 패배였다. 지는 과정도 좋지 않았다. 질 때 잘 져야 다음에 이길 희망이 생긴다. 문 대표는 박정희 참배와 천안함 폭침 발언으로 보수층의 마음을 잡고자 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헛스윙이었다. 투 스트라이크. 그런데 포수와 투수를 맡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경제 무능, 불통, 부정부패로 볼을 이미 세 개 던진 상태였다. 쓰리 볼 투 스트라이크. 이제 공 하나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투수와 포수가 사인을 주고 받는데, 성완종 사건이 터지면서 투수가 팔 부상을 당했다. 문 대표는 타석에 가만히 있으면 최소한 포볼로 1루로 살아 나갈 것 같았다. 승산이 생겼다. 투수가 힘없이 공을 뿌렸는데, 문 대표는 그 볼에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안 휘두르는 것도 아니게 휘둘렀다. 공이 배트에 어설프게 맞았고 파울이었다. 투수와 포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몸을 추스른 투수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졌다. 이 때 타자 편 선수들끼리 싸워 문 대표는 돌아봤고, 공은 스트라이크였다. 삼진아웃, 경기는 끝났다.
선거에 지자, 기다렸다는 듯 계파 문제가 불거졌다. 탕평책은 무능한데도 공평하게 자리를 나눠먹으라는 뜻이 아니다. 능력은 있으나 소외되었던 인재들을 적극 발굴하여 등용하는 책략이다. 따라서 지도부에 딴소리를 함으로써 보수언론에 얼굴 비추는 것이 목적인 의원들이 그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당의 중요한 고비에 뒷짐지고 사태를 관망했던 이들에게 기회가 가서도 안 된다. 위기의 시기에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저 홀로 고매하게 처신하던 이들은 기회주의자일 뿐이다. 충고를 가장한 그들의 조언과 요구는 협잡일 뿐이다.
팀 스포츠에서 팀은 한 명의 선수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야신은 팀을 그렇게 만들어냈고 좋은 결과가 뒤따랐다. 문 대표는 김 감독에게서 그 점을 배워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의원 개개인의 역량도 별로인데 하나로 묶이지도 않는다. 문 대표는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서 새정치연합 내부부터 정비해야 한다.
이동섭 예술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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