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올 시즌처럼 불펜 투수들이 주목 받는 해도 없다. 뒷문이 약한 몇몇 구단에서 '혹사'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투를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감독들도 할 말은 있다. "시즌은 길지만, 초반 이길 수 있는 경기는 반드시 잡고 가야 한다"는 논리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자주 통용되는 '초반 대시'다. 각 구단 안방 마님들도 "던질 투수가 없다. 던질 줄 아는 투수가 던지는 게 낫다"는 말을 자주한다.
마무리 보직을 맡고 있으면서도 12일 현재 규정 이닝을 채운 권혁(한화), 2~3이닝을 너끈히 소화하고 있는 장시환(kt), 두산 윤명준, 롯데 홍성민, NC 최금강 등이 대표적인 '애니콜'이다. 팀 내에서 구위가 가장 좋고 타자들과 싸울 줄 아는 능력도 갖고 있다. 한 명 더 있다. 한화 오른손 투수 송창식(30)이다.
송창식은 이날까지 18경기에 등판해 2승2패 5홀드 4.0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1차례 선발 등판했으며 24⅔이닝 동안 448개의 공을 던졌다. 이닝당 18개꼴로 공을 던진 그는 경기당 평균 투구수가 약 25개다. 묵직한 직구를 바탕으로 포크볼, 커브를 섞어 던진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최근 KIA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임준섭을 데려오며 '왼손 송창식'으로 쓰겠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송창식이 김성근식 벌떼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기본적으로 리드를 잡고 있을 때 혹은 시소 게임에서 등판하는 그는 3~4점 지고 있을 때도 어김없이 나와 추격조 역할도 한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2012년의 74⅓이닝과 엇비슷한 이닝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송창식은 5월 첫째 주 다소 무리한 등판 일정을 소화했다. 중간에 휴식일이 끼긴 했지만 5경기 연속 연투를 하며 8이닝 동안 140개의 공을 뿌린 것이다. 그는 지난 1~3일 홈에서 열린 롯데와의 주말 3연전에 모두 나왔다. 또 월요일 휴식 후 5~6일 대전 kt전에도 재차 마운드에 올랐다. 이 기간(1~6일) 10개 구단 선발과 불펜 투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공을 뿌린 게 송창식이다. 이닝수는 1일 수원 kt전에서 9이닝을 던진 해커(NC)에 이어 2위다.
송창식은 한대화 전 감독 시절부터 한화의 주축 투수였다. 김응용 전 감독도 "창식이가 참 잘 던진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다. 2004년 세광고를 졸업하고 한화 유니폼을 입은 그는 팔꿈치인대접합 수술, 손 끝에 피가 통하지 않은 버거씨병을 모두 이겨내고 이글스에 없어서는 안 될 투수가 됐다. 축구 선수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닮아 '한화 루니'라고 불리며 실제로도 타자와 다부지게 싸웠다.
다만 지난해 구위가 뚝 떨어져 팬들의 걱정이 컸다. 2011~13년 많은 공을 던진 후유증이 2014시즌에 찾아온 것이다. 2011년 61이닝, 2012년 74⅓이닝, 2013년 71이닝에서 지난 시즌에는 29이닝만을 던졌다. 직구 스피드 자체가 나오지 않아 커브, 포크볼도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송창식의 부활을 반가워하는 야구인들이 많다. 반면 5경기 연투에서 보듯, 무리한 투구로 걱정하는 시선도 상당하다. 일단 지금까지는 권혁처럼 송창식 역시 "몸 상태는 문제 없다. 더 나가 던질 수 있고 던지고 싶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버거씨병을 이겨낸 뒤에도 "야구가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기억을 잃지 않고 부지런히 던지겠다"는 그였다.
시즌 초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5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하고 있는 한화의 중심에는 권혁, 박정진 말고 송창식도 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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