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로 방식 바뀌면서 급증
근로자 총급여의 22%나 달해
억대 연봉 1200명이나 과세 0원
"제도 결함ㆍ조세형평 훼손" 지적
지난해 근로소득 가운데 20%가 넘는 112조원이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면세 소득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면세 소득(44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한 규모다. 지난해부터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세법이 바뀐데다 연말정산 보완대책까지 소급 적용된 탓이다. 이렇게 소득세 면세가 급증하면 조세형평성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복지 확대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12일 경제개혁연대가 기획재정부의 2014년 귀속 근로소득 지급명세서 전수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면세자 총 급여는 111조9,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근로자 총 급여(513조5,000억원)의 22%에 달하는 비율로, 근로소득 5분의 1 이상은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해 근로소득에 2013년 세법(소득공제 방식)을 적용하면 면세 급여는 27조원에 불과하지만, 2014년 세법(세액공제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 101조2,000억원으로 불어난다. 여기에 근로소득자 541만명에 총 4,227억원을 돌려주는 연말정산 보완대책(정부안)을 적용하면 면세 급여는 111조9,000억원으로 증가한다. 세제 개편 효과로만 보면 면세 소득이 4배 넘게 늘어난 셈. 더구나 정부안보다 공제 혜택을 확대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면세 급여는 더 늘어나게 됐다. 면세 급여가 급증한 원인은 소득공제 방식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저소득층 면세자 숫자가 늘었고 공제율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13년에는 평균적으로 총 급여 700만원 이하가 면세 대상이었는데 세액공제 변경 후 이 기준이 1,200만원 이하로 올랐고, 공제율도 6%에서 12~15%로 오르면서 면세 급여가 4배 정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더 문제는 고소득층에서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급여가 1억원을 초과하는 억대 연봉자 중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면세자는 1,202명에 달한다. 현행 세법상 본인의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 등은 공제 한도가 없어 고소득자도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연 급여 1억원 이하에서는 세법 개정으로 모든 소득구간에서 면세자가 늘었다. 채이배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연 급여 4,000만원 초과 구간에서 30만명(14조2,000억원) 가량 추가로 면세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도 “세액공제 전환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면세 급여가 이렇게까지 급증한 것은 소득세 제도에 큰 결함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근로소득공제와 근로소득 세액공제의 중복 혜택을 없애고, 소득 구간 별로 공제율을 달리하는 방식 등으로 면세 비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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