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악몽에서 아직 깨지 못한 네팔 국민들은 12일 발생한 두 번째 강진으로 다시 한 번 극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지진 발생 직후 수도 카트만두에선 주민 수천명이 건물 붕괴를 우려해 거리로 뛰쳐나오는 모습이 목격됐다.
네팔 정부는 지진 발생 직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카트만두 북동쪽 산악 지역에 구조 헬기를 보내 수습에 나섰다. 정부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신두팔촉과 돌락하 지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신두팔촉은 지난달 대지진 당시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아직까지 정확한 인명피해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정부와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사망자 수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이날 발생한 지진의 진원은 18.5㎞로, 지난달 있었던 대지진 진원인 15㎞보다 깊다. 진원이 얕을 수록 피해가 커진다.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힘쓰던 현지 주민들은 연이어 덮친 재난에 깊은 상실감에 빠진 모습이었다. 지난달 지진으로 문을 닫았다가 가족들이 운영하는 가구점 문을 막 다시 연 파라밀다 탬래커씨는 지진이 나자 여덟 살 아들과 열두 살 딸의 손을 잡고 거리로 대피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뉴스에서 지진 위험이 매우 낮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나와 아이들 모두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딸을 데리고 거리로 긴급 대피한 술라브 싱은 AP에 “이번에는 정말로 죽는 줄 알았다.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었는데 이번 지진이 닥쳤다”라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한 땅과 건물의 흔들림은 25초 동안 이어졌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는 물론 네팔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일부 지역에서도 지진이 감지됐다.
카트만두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거리는 집에 빨리 돌아가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동차 경적 소리로 가득 찼다. 지난달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다쳐 카트만두의 주요 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들이 휠체어를 타고 대피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AFP는 전했다. 병원의 환자와 의사들은 지진이 느껴지자 주차장으로 뛰어들어가 몸을 피했다. 카트만두 국제공항도 지진 여파로 잠시 폐쇄됐다.
카트만두 유니세프 직원인 로즈 폴리는 “나는 마치 거친 바다 위에 떠 있는 보트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AP에 지진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긴급구호대를 이끌고 네팔에서 구호활동 중인 산악인 엄홍길(55) 대장과 일행은 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엄 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수도 카트만두 서쪽 산악지대인 고르카주의 만드레 마을에서 구호활동을 벌이던 중 엄청나게 큰 산사태 소리를 들었다”며 “다행히 지진발생 당시 산 밑 공터에 있었기 때문에 무사하다”고 말했다. 네팔 오지에 학교를 건설하는 사업을 벌이는 엄 대장은 이날 고르카주 만드레 마을의 13번째 학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엄 대장은 “산 위로는 구호품을 실은 트럭이 올라갈 수 없어서 산 밑 공터에 주민 1,000여명을 모은 뒤 짐을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계곡 너머 산 쪽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들려왔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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