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산 '친선방문'에 전용… 외유경비 모자라자 1,050만원 추경
지역주민 "월성원전 재가동 등 현안 산적한데… 시민대표 맞나"
경북 경주시의회가 외유를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해 논란이다. 지난해 말 편성한 당초예산 중 일부를 다른 데 써버려 외유예산이 부족하게 되자 혈세를 추가 투입키로 한 것이다.
경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4일 폐회한 제203회 임시회에 ‘해외연수’ 비용으로 1,050만원을 상정,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올 한 해 동안 소속의원 21명 전원 해외연수비용으로 1인당 200만원씩 4,200만원을 확보했지만 시의회의장과 문화행정위원장이 지난 3월 친선 목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1,260만원을 추가 지출한 때문이다.
시의회는 상임위원회별로 나눠 중국과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으로 ‘연수’를 떠나기로 했다. 문화행정위원회는 내달 중순 5박 6일, 경제도시위원회는 내달 하순 6박7일간 외유에 나설 예정이다. 더구나 ‘해외선진지’ 견학이 주목적이지만 일정 상당수가 관광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을 의식해 연수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상은 그 동안 ‘관행’처럼 해 온 것처럼 혈세를 들여 해외관광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주민들은 “산적한 현안을 뒤로하고 추경까지 편성해 외유를 가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원들이 먼저 예산을 절감하는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실 있는 의정활동과 거리가 먼 연수프로그램에다 저가항공 이용과 같은 경비절감 노력을 외면하는 것은 시민의 대표답지 못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월성원전 1호기 재가동과 대형마트 입점 등 지역현안을 놓고 시의회가 보인 무기력한 모습에 분노하고 있다. 한 주민은 “제 할 일도 못하면서 추경까지 편성해 외유에 나서겠다는 것을 보면 경주시의원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경주시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시의원들의 해외연수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 국적기 이용과 오성급 이상 호텔에 묵는 것이 관행으로, 저가항공과 비즈니스호텔 이용을 통한 예산절감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해명했다.
김성웅기자 ks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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