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캐나다 석유회사 인수사업 관련
석유公ㆍ투자자문 메릴린치 압수수색
'MB집사' 아들ㆍ최경환 수사 가능성도

1조원대 국고 손실이 발생한 캐나다 석유회사 인수 사업과 관련해 검찰이 한국석유공사 및 투자자문사를 전격 압수수색 했다.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주춤했던 자원외교 수사에 다시 속도가 붙고 있다. 이명박(MB) 정부 실세들의 개입 의혹이 이번에 규명될 지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12일 석유공사 본사 및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의 자택과, 미국 투자회사 메릴린치 서울지점 등을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와 강 전 사장은 캐나다 석유회사 하베스트의 자회사 날(NARL)을 적정가격보다 3,133억원 더 비싼 가격에 인수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메릴린치 서울지점은 석유공사의 날 인수과정을 투자자문 했다. 검찰의 석유공사 압수수색은 지난 3월 경남기업 자원외교비리 수사 때에 이어 두 번째다.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당초 인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날을 약 1조3,700억원에 인수했다. 강 전 사장은 당시 주당 7.3달러이던 날의 주식을 메릴린치 평가를 근거로 주당 9.61달러의 고액 매수하는 계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1월 감사원은 날의 당시 적정가치를 9억4,100만 달러로 계산, 2억7,900만달러(3,13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강 전 사장을 고발했다.
석유공사는 날 인수 이후 시설투자와 유지비 등으로 1조원 가량을 추가 투입해 총 2조3,00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그래도 적자가 계속되자 지난 해 11월 미국 상업은행에 약 329억원을 받고 날을 매각했다. 검찰은 날 등 하베스트의 하류부문(수송ㆍ정제ㆍ판매)뿐만 아니라 상류부문(탐사부터 생산)과 관련한 인수 계약에도 위법사실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이 날 인수 자체를 배임으로 판단할 경우 강 전 사장의 배임액수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MB의 집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아들 김형찬씨가 지점장으로 있던 메릴린치 서울지점도 검찰이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MB정부 실세들로 확장될 가능성도 커졌다. 김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측근으로 내곡동 사저 매입을 주도했고 BBK 사건 소송 과정에도 깊이 관여했다. 검찰 관계자는 “메릴린치가 날 인수 과정에서 하베스트가 제공한 수치를 실사 없이 인용해 사용한 부분이 있다”며 “어느 정도 역할을 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날 인수 과정에는 MB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경제부총리로 연루돼 있어 향후 수사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강 전 사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 장관에게 날 인수 내용을 보고했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최 장관이) 부인하지 않은 건 정확하다”고 답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감 당시 (강 전 사장 등 관계자의) 해명이나 변명이 있었고 수사에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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