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만원 이상은 9.5% 달해
5.2%가 6억 이상 고가주택
"혈세로 고소득자 이자 줄여줘"
금융위 "저소득층 지원 아닌 가계대출 억제가 도입 취지
평균 소득 4000만원 서민층 수혜"
변동금리나 이자만 갚던 대출을 2%대의 낮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줘 큰 인기를 끌었던 안심전환대출 이용자를 분석해 본 결과, 100명 중 5명이 억대 연봉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금융권의 반발을 무릅쓰면서까지 대책을 추진했지만, 정작 세금을 투입해 고소득층 이자를 줄여줬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
12일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안심전환대출 1차분 표본분석 자료에 따르면, 해당 대출 9,830건 중 459건(4.7%)을 연소득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가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연소득 8,000만원 이상 비율은 9.5%에 달했다. 실제 금융위가 이날 뒤늦게 공개한 전수조사 결과에서도 억대 연봉자의 비율이 5.1%, 8,000만원 이상 연봉자 비율은 9.8%로 집계됐다.
또한 전체 표본 가운데 5.2%가 담보가치 6억원 이상의 고가 주택 마련 대출에 지원됐고,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자의 비중은 83.7%로 나타났다. 심지어 연소득이 5억4,000만원에 달하는 40대가 6억2,500만원 짜리 주택을 사기 위해 받았던 3억원의 대출이 안심대출로 전환된 사례까지 있었다.
이 결과에 대해 신 의원은 “정부가 안심전환 대출을 통해 서민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세금으로 고소득자나 고가 주택 소유자를 도와준 것”이라 비판했다. 세금이 직접 투입되지는 않지만, 주택금융공사의 신용 보증으로 금리가 낮아졌고, 정부가 주택금융공사 신용 유지를 위해 증자를 해야 하는 만큼 결국 세금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이에 금융위는 “저소득층만 대상으로 했다면 원금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부채 감소라는 정책 효과가 반감되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심전환대출이 저소득층만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 가계대출 억제라는 큰 목표를 위해 추진한 광범위한 대책이었기 때문에, 일부 의도치 않았던 수혜자가 포함된 것은 어쩔 수 없었다는 얘기다.
금융위는 또한 “전수조사 결과 안심전환대출 이용자의 평균소득이 4,000만원이었다”며 그 혜택이 주로 서민가계에 돌아갔음을 강조했다. 이어 고신용자가 과실을 독식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1금융권 특성상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반박했다.
안심전환대출의 고소득자 지원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금융위가 후속책으로 내놓기로 했던 서민금융 강화 대책이 차일피일 늦춰지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도 비등해지고 있다.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이 원리금 상환 능력이 있는 고소득자를 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들끓자 서민들을 위한 후속대책을 내놓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진척이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으로선 폭발적인 인기를 거둔 안심전환대출을 능가할 마땅한 서민 대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금융당국 고위 인사는 “안심전환대출을 혜택을 저소득층에 분산시키자니 저소득층 가계가 원리금을 동시상환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상환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에 무턱대고 지원을 해줄 수도 없어 고심”이라고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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