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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 신고가 행진… "탈세·돈세탁의 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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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 신고가 행진… "탈세·돈세탁의 온상"

입력
2015.05.1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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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 '알제의 여인들' 1968억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

자코메티 청동상도 1549억 낙찰

현금 거래 미술품 금융규제 어려워

루비니 "투명한 거래 정착돼야"

스페인 입체파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의 작품 ‘알제의 여인들’이 미술작품 사상 최고가인 1억7,936만5,000달러(약 1,968억원)에 팔렸다. 그리고 수분 뒤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도 조각품 가운데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면서 세계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1일 밤 벌어진 신기록 행진은 그림 애호가가 아니더라도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 아무리 피카소의 그림이라도 2,000억원이나 해야 하는 걸까.

이 작품은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경매 시작가격이 1억4,000만달러(약 1,536억원)로 정해져 사실상 세계 최고가격이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최고가 그림은 2013년 11월 같은 경매에서 팔린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로 1억4,240만달러(1,562억 5,552만원)였다.

예상대로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가격이 치솟기 시작해 11분 만에 추정가를 훨씬 웃도는 금액에 낙찰됐다. 이런 고가 그림의 경매가 그렇듯이 낙찰자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수분 후 자코메티의 성인 남성 크기인 청동상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남자’도 1억4,130만달러(약 1,549억3,500만원)에 낙찰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국 현대화가 피터 도이그의 풍경화 ‘늪’(Swamped)’이 2,600만달러에, 인상파 거장 클로드 모네의 ‘의사당, 일몰’은 4,050만달러(약 444억3,000만원)에 각각 낙찰됐다. 이들 모두 화가별 사상 최고 낙찰가를 기록했다. 마치 전세계 돈들이 이날 밤 모두 경매장으로 모인 듯했다.

이처럼 미술품들이 잇따라 역대 최고액을 경신하자 “고가 미술품 시장이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 각종 투자시장의 과열과 몰락을 예견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CNN머니 인터뷰에 출연해 “고가 미술품 시장이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술품 시장에서는 그림 값을 거액의 현금으로 내고 신고할 의무가 없어 금융 규제가 적용되기 어렵다. 게다가 스위스 은행에 현금을 예금해두면 조세 당국이 적발할 수 있지만 그림의 경우 언제나 거래할 수 있고 제네바의 자유항구 등에 무한정 보관할 수 있다.

수년 전 비영리 독립기관인 스위스 바젤국가경영연구소도 미술 시장에서 불법적이고 의심스러운 거래가 많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로 2007년에는 한 브라질 은행가가 돈세탁을 위해 장 미셸 바스키아의 그림 ‘한니발’을 몰래 들고 들어오다 적발된 적이 있다.

루비니 교수는 “미술품 시장이 다른 시장처럼 운영될 수 있도록 거래를 더 투명하게 만드는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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