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沖繩)현의 ‘고향납세’가 미군 후텐마(普天間)비행장의 헤노코(邊野古) 연안 이전을 반대하는 오나가 타케시(翁長雄志) 지사 취임 이후 30배 이상 급증하고 있다. 각지에 흩어져 있는 오키나와 출신들이 중앙정부에 맞서고 있는 고향 지자체를 응원하기 위해 주민세를 고향에 내는 것으로, 이 문제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만만치 않은 난제임을 보여준다.
12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오키나와에 답지한 올 1~3월 기부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배인 2,116만엔에 달한다. 미군비행장 이전 예정지인 헤노코(邊野古) 지역의 나고(名護)시도 고향세가 증가하고 있어 동향 출신들이 두 지자체에 힘을 몰아주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고향세는 일본 정부가 지역간 세수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자신의 거주지역이 아닌 고향 등 다른 곳에 주민세의 상당액을 기부할 경우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오키나와현 세무과에 따르면 오나가 지사가 지난해 12월 취임하기 전까지는 한 달에 수건에서 30여건에 불과했지만, 취임 직후 1월에만 100건, 2월은 125건, 현재 집계중인 3월에는 130여건으로 늘었다. 기부액도 크게 증가해 2월에만 전년 동기 70배에 해당하는 820만엔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모인 응원금은 기지 대책을 포함한 일반재원에 충당된다고 한다.
나고시 재정과 역시 올 1월부터 3월까지 214건, 826만엔의 기부금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같은 달의 116건, 698만엔을 훌쩍 넘어섰다. 이나미네 스스무(?嶺進) 나고시 시장은 헤노코 이전에 반대하고 있다. 시는 기부자로부터 돈이 쓰여질 여섯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는데 가장 많았던 대상은 기지대책을 포함한 ‘안전ㆍ안심ㆍ평화로운 마을 만들기 추진사업’이었다.
두 지자체 모두 기부가 대부분 도쿄, 오사카(大阪) 등 현 밖에서 답지했으며, 자유기입란엔 “헤노코의 바다를 지키고 싶다”“비폭력에 공감한다”“아베 정권의 대응에 분노를 느낀다”등 헤노코 이전을 저지해야 한다는 호소나 지사 및 시장에 대한 격려가 주류였다.
그런데 고향납세 제도가 아베 정권의 핵심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만든 것이란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오키나와 기지부담 경감 담당상’을 겸하고 있는 스가 장관이 총무장관 시절 지방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것인데, 정작 아베정권에 저항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지역경제인과 지식인들이 설립한 ‘헤노코 기금’도 1억4,000만엔을 돌파했다. 더욱이 오나가 지사는 이달 말 미국에 가 반대활동을 펼칠 예정이어서 아베 정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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