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신'의 주지훈
가인과 노출신 때문에 갈등?
그런걸로 싸운다면 못 만나

키는 훤칠하고 코는 오뚝하다. 짙은 보라색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플랫 슈즈를 신은 모습이 서구적인 외모와 조화롭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말을 달리고 칼을 휘두르는 조선 사대부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뾰족한 질문은 장난기 어린 답변으로 슬쩍 눙쳤다. 연산군의 광기를 지렛대로 권력을 누리던 간신배 임숭재와는 딴판이다. 사극도, 간악한 신하로도 어울리지 않는 그는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간신’(21일 개봉)에서 의외의 면모를 보인다. 피와 살 냄새가 진동하는, 지독하게도 잔혹한 이 영화에서 그는 연산군(김강우)의 살기에 당당히 맞서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12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촬영한 정통 사극이라 무슨 말을 할지 조심스럽다”면서도 인터뷰 내내 유머를 잃지 않았다.
‘간신’의 임숭재는 중종실록이 연산군 시대 대표적인 간신으로 지목한 인물이다. 연산군의 여동생과 결혼해 아버지 임사홍과 왕실을 쥐락펴락한 게 역사라면 영화 속 숭재는 채홍사로서 연산군의 몸과 마음을 흐린다. 역적의 딸 단희(임지연)에 대한 사랑과 권력욕 사이에서 그는 파국을 맞이한다. 주지훈은 “역사적 인간 관계에 캐릭터를 새로 입혀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주지훈은 ‘간신’의 민규동 감독과 각별한 사이다. 영화 데뷔작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로 민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민 감독의 아내인 홍지영 감독의 데뷔작 ‘키친’과 두 번째 영화 ‘결혼전야’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주지훈은 “민 감독님 집을 스스럼 없이 드나들고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봐왔다”고 말했다. ‘간신’ 출연도 민 감독과의 ‘특수관계’에서 비롯됐다. 주지훈은 “‘결혼전야’ 촬영 중에 민 감독의 출연 제의를 받고선 얼떨결에 수락했다”고 말했다.
절대 권력을 쥔 뒤 광기를 발산하는 연산군은 어느 배우나 매력을 느낄 만하다. 주지훈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연산군을) 해볼까 고민을 했으나 제안 받은 역할이나 잘하자는 생각”에 욕심을 접었다. 그는 “주어진 역할을 하면서도 128개 장면에 등장할 정도로 고생했는데 만약 연산군 역할을 탐냈으면 얼마나 더 힘들었겠냐”며 환하게 웃었다. 김강우의 연기와 비교될까 신경 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강우형은 커피이고 나는 차”라고 답했다.
‘간신’은 팔도의 미녀를 끌어 모아 왕을 위해 교육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격적인 노출이 수시로 등장한다. 연인인 가수 가인이 신경 쓰일 만도 한데 그의 답변은 단순 명확했다. “가인이 낭랑 18세도 아니고…. 노출 때문에 뭐라 말하거나 싸웠다면 못 만나는 거지요(웃음).”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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