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른 추석이 있던 9월 강원 원주교도소에서 교화공연이 열렸다. 진행하던 사회자가 흥이 오르자 교도소장 안모씨를 보며 “사상 초유의 쇼가 준비됐다. 소장님, 이왕 위문 공연하는 거 싹 벗깁시다”고 제안했다. 소장은 점잖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1시간쯤 뒤 한 여성 공연단원이 옷을 하나씩 벗는 쇼를 7분간 벌였다. 여성 수용자와 교도소 여직원들은 불쾌했지만 소장은 끊지 않았다.
‘교도소 스트립쇼’ 사건이 며칠 뒤 언론에 보도돼 파장이 일자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소장 안씨의 옷을 벗겼다. 교정시설에서 나체 쇼를 허락한 것도 모자라 소장이 “살색 무용복을 입은 무용단원이 겉옷을 벗는 과정이 노출로 보였다”며 허위보고를 한 게 사유였다.
법무부가 나서기 전까지 소장은 교도소 안에서 ‘제왕’이었다. 그는 공연을 후원한 남모 목사의 부탁을 받고 수감된 조직폭력배에게 법적으로 금지된 ‘장소변경 접견’을 허가해주고 향응을 받았다. 교도소에 수용된 조직원들의 편의를 봐달라며 접근한 조폭들과 섞여 밥을 먹고 노래방에서 유흥을 즐겼다.
이뿐만 아니라 소장은 치적 홍보에도 열을 올려 자신의 홍보용 책자 300부를 찍도록 직원에게 지시해 예산 약 43만원을 썼다. 사적 모임에서 받은 자신의 ‘공덕비’를 교도소 화단에 세우고, 기념식도 치르면서 든 행사비 70만원은 예산으로 냈다.
안 전 소장은 “스트립 쇼는 전혀 예상치 못했고, 조폭이 장소변경 접견을 하게 된 건 감독상 과실에 불과하며, 향응 받은 적은 없다”고 맞섰다. 그는 법무부를 상대로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호제훈)는 법무부의 해임은 정당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안 전 소장이 교화공연 성격을 사전 검토하지 않은 데다 사회자가 스트립쇼 예고를 했는데도 묵시적으로 승낙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직무 관련자로부터 향응을 받고, 법무부에 허위 보고를 하는 등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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