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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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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다"

입력
2015.05.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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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고교평준화 내년 시행 순조

입시 찌든 중학 교육 정상화 기대

학력 하향 평준화 우려도 없어

올해부터 충남형 혁신학교 추진

학생 중심 충남교육 실현 디딤돌

온화하고 다정다감했다.

전교조 출신에게 흔히 투영되는 투사라는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집무실에서 마주한 김지철(64) 충남교육감은 시종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며‘학생 중심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천안지역 고교평준화를 시행하려다 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리자 지난 3월 의회에 출석해 사과했다. 미흡한 준비 등 의회의 지적을 깨끗하게 인정했다. 평생 교육계에서 외길을 걸어온 그는 학생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진심 어린 사과 이후 조례개정안은 통과됐다. 그로부터 천안 고교평준화를 디딤돌 삼은 충남 교육의 변화를 들여다봤다.

-천안고교평준화 시행 시 예상하는 변화와 대책은.

“고교 진학이 성적보다 희망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고입포털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별 교육과정 설명회를 여는 등 안정적인 진학지도를 통해 학생들의 선택을 적극 돕겠다. 평준화 정책은 소위 명문고 진학을 위한 입시경쟁 과열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면서 도입됐다. 천안 역시 지난 15년 동안 학교 간 서열이 심화하고, 입시경쟁도 과열돼 사교육비가 상승하는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평준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70%를 넘었다. 내년부터 평준화가 시행되면 중학교 교육과정이 점진적으로 정상화 길에 접어들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들고, 중학교에서 입시위주 문제풀이 학습에 치중하던 폐단도 개선될 것이다.”

-학력의 하향평준화 우려에 대한 방안은.

“평준화가 되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들이 섞여서 수업하기 어렵고, 성적도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결과는 정반대다. 16년간 수능 성적을 비교한 결과 평준화 지역의 학력이 비평준화 지역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고교평준화는 곧 하향평준화라는 등식이 틀렸다는 것이다. 평준화는 대학입시에도 더 유리하다. 고교 내신성적이 중요한 전형기준이 되는 수시전형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평준화가 학교현장의 어떤 분야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나.

“그 동안 천안은 건전한 교육경쟁이 어려웠다. 몇몇 학교가 선발경쟁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고, 나머지 학교는 하위권 학생이 모이게 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처음부터 학교 간 성적 격차가 커서 건전한 경쟁을 통한 학력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평준화가 시행되면 학생들을 골고루 배정할 수 있어 학교 간 학력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 이제 모든 학교가 공평한 조건에서 교육과정 개편 및 교수학습 방법 개선 등 건전한 경쟁을 통해 전체적인 학력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다. 비평준화로 인해 천안지역 12개교는 은연중 서열이 형성되어 왔다. 평준화가 시행되면 학생의 고른 선발이 가능해 모든 고교가 명문고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는 잘 가르치는 학교, 학생이 우선인 학교를 만드는 일만 남아있다”

-통학거리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기대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학교 배정방법 연구용역을 전문가들에게 맡겼다. 권역별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천안 시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할 예정이다. 학교 배정방법 등 고교평준화 준비과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상설협의체를 만들었다. 상설협의체는 천안의 학부모, 교사, 교육단체, 언론인, 시의원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했다. 천안시민 30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단도 만들었다. 자문단은 평준화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학부모들도 기존에 선호하는 학교에 너무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는 선호도가 낮았던 학교들이 더 좋아진다. 평준화 이전보다 훨씬 공평한 출발을 하기 때문에 명문고는 따로 없다.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도의회 의결을 거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은 소회는.

“정말 어려웠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고교평준화를 끈질기게 추진한 이유는 학생들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서 무척 기쁘다. 고교 평준화 시행을 위해 노력해 주신 천안시민과 도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특히 대승적 차원에서 조례 개정안과 학교군 설정 동의안을 의결해 주신 도의회에도 감사 드린다.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고교평준화가 완벽하게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상향평준화가 실현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

-교육감의 교육철학과 실천의지를 소개한다면.

“꿈과 끼를 살리는 공부, 삶과 앎이 일치하는 공부, 자연과 사회 그리고 인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공부, 세계와 자신을 변화시키는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공부는 입시경쟁교육에서는 불가능하다. 입시 경쟁 교육이라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로 잡는 방법은‘교육혁신’이다. 교육혁신의 출발은 학교혁신이며 학교혁신의 씨앗은 바로 혁신학교다.

올해 추진하고 있는 21개 충남형 혁신학교는 민들레 홀씨처럼 충남교육의 정상화를 이루는 단초가 될 것이다. 학생중심 충남교육은 공부가 즐거운 학교, 공부를 잘하는 교육이다. 예부터 우리 교육은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이상으로 여겨왔다. 이는 지금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핵심 원리다. 2015년 충남교육은 학생과 교사가 배움을 통한 성장이 함께 일어나는 현장이다.

◆김지철 교육감은

1951년 충남 천안 출생.

공주사범대 영어교육과를 졸업

1976년 태안여중에서 교직을 시작해 2006년 평교사 퇴임.

전교조 충남지부 초대지부장

제5대 충청남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제9대 충남도의회 교육의원

글ㆍ사진=이준호기자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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