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 이거 모더것네(못하겠네).”
12일 오후 서울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tvN ‘집밥 백선생’(19일 오후 9시40분첫 방송)의 제작발표회. 백종원은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는 주문에 시종 구수한 사투리를 쏟아냈다. 카메라를 향해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고는 “됐어요?”라고 되물었다. 백종원은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도 “백 선생 역할의, 아니 역할이 아닌가? 허허”라며 웃어 보였다. 방송인 아닌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이 자신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며 ‘방송천재’ ‘예능대세’로 떠오른 게 바로 이런 이유였다.
백종원은 “사실 부담스럽다”며 “‘방송천재’나 ‘예능대세’는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시청자분들이 솔직한 면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그 전에도 음식 관련 프로그램에 나갔지만 방송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고 제약이 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되다 보니 저 혼자 하는 게 많아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하죠. 그것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백종원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이텔)에서 혼자 몇 가지 요리를 해내며 쉴 새 없이 인터넷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가스 불 좀 끄라’는 실시간 댓글에 “아이고 소방관님 죄송합니다”라며 얼른 실수를 인정하고, 버터를 ‘빠다’라고 발음하며 “이럴 때 빠다를 넣으면 좀 더 맛나요”라고 구수한 입담도 늘어놓는다. ‘마이텔’에서 5명의 출연자 중 세 번 연속 가장 높은 시청점유율을 보였다. “혼자서 급하게 하다 보니까 가끔 욕도 나올 때가 있어요. 사투리도 그렇고. 허허.”
‘집밥 백선생’의 고민구 PD는 최근 예능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타 셰프들 중 백종원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마이텔’ 파일럿 프로그램의 방송 말미에 소감을 말씀하시는데 인간적인 마력이 있었다”며 “그것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백종원은 당시 시청률 1위로 인터넷 생방송을 마무리한 뒤 마지막으로 소감 한마디 하라는 주문에 “뭔 말을 하지?”라고 잠시 더듬다 “와이프 좀 예뻐해 주세요. 진짜로 좋은 사람이고 착한 사람입니다”라고 말했다. 고 PD는 ‘집밥 백종원’에 대해 “백종원의 애드리브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자이자 메인 작가 등 모든 역할을 다 한다”고 치켜세웠다.
백종원의 ‘예능감’은 이런 식이다. ‘툴툴대는’ 캐릭터인 김구라를 향해 “아니 처음 녹화장에 왔는데 김구라는 계속 요리에 관심이 없다고 틱틱대서 제작진한테 ‘요리에 관심도 없는 사람을 모더러(뭐 하러) 데려다 놓느냐’고 말했다”며 “하지만 문제아들에게는 칭찬만한 약이 없어서 계속 칭찬만 했더니 진짜 자기가 요리를 잘하는 줄 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숨김 없는 그의 발언에 김구라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백 선생님이 참 잘하신다”고 웃어 넘겼다.
“제가 연예인도 아닌데 방송을 하는 이유는 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를 소개하기 위해섭니다. 요새 셰프라는 말이 유행인데 서양음식을 만드는 사람만 받는 칭호는 아니거든요. 한식도 요리잖아요. 한국음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 방송 출연도 자주 하게 되네요. 허허.”
강은영기자 kis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