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정식서명 체결을 앞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연내 발효를 목표로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다. ‘신FTA 추진전략’에도 나와 있듯 한중 FTA 같은 메가 FTA는 개별 협상 상황 및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한 차별화된 대응 전략이 중요하다. 특히 중국이라는 시장을 바라보는 차별화 전략의 하나로 발효 이전에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한국 청년들의 인디(indie) 브랜드다.
흔히 독립 브랜드, 자기(self)브랜드라고 명명되는 인디브랜드 제품군은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 콘텐츠들이다. 신발, 안경, 가방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에서 생활 잡화에 이르는 제조업 전분야가 망라된다. 인디 브랜드는 세 가지 특성을 가진다. 첫째, 젊은 감각이 스며있는 제조업 기반의 독립 브랜드다. 둘째, 거대 자본에 저항했던 인디 문화의 본성이 제조업 분야의 창업으로 이어진 자기 브랜드다. 셋째, 대로변을 중심으로 한 유통보다 콘텐츠로 대결한 골목 브랜드다.
왜 인디 브랜드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중국은 한국의 감각을 판매할 수 있는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신한류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와 유명 연예인에 의존하는 방식이 한류를 이끌었다. 이제는 한국의 감각을 품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제품군이 경제 신한류를 이끌 차례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이 창업한 작은 인디 브랜드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기회로 한중 FTA를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중 브랜드 기반의 제조업은 중국 공세 속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우리 감각으로 빚어낸 인디 브랜드를 내건 청년 창업가들에게 중국은 새로운 기회다. 문화적 감성이 충만한 젊은 창업가들의 소품들은 이미 소비문화의 흐름을 바꿔 나가고 있다. 첨단기술을 다루는 영역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제조업 기반의 젊은 제품들이 한국의 세련되고 합리적인 명품, 제2의 한류를 이끌지도 모를 일이다.
백팩을 생산하는 한 인디브랜드 제품은 한국을 방문했던 젊은 유커들에 의해 유명세를 탔다. 국내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것을 촬영해 친구들과 공유했던 사진 덕이었다. 그 결과 현지 바이어들이 방문을 하고 백팩 하나로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8억여원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이는 중국의 소비자들이 한국의 젊은 감각에 반응한 결과다. 지금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의 골목을 누비고 있다. 대로변의 면세점만 찾는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젊은 유커들은 SNS를 통해 자신들만의 관광지도를 공유하면서 홍대를 기점으로 연남동, 연희동까지 확대된 상권을 찾아 다니고 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삼청동, 북촌 그리고 세종마을인 서촌을 샅샅이 뒤지며 대한민국 젊은 창업가들이 만들어낸 감각이 살아있는 라이프 스타일 제품군, 즉 인디 브랜드를 찾고 있다.
2018년이면 유커의 규모가 연간 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들은 더 이상 단순 관광객이 아니다. 중국 시장 내에 한국 상품을 소개하는 홍보대사들이다. 지금 우리 골목 속 인디 브랜드들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눈을 뜨고 도전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대부분이 청년들이기에 더 절실하다.
정부는 한중 FTA를 계기로 창의적인 상상을 하면서 창업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잠재된 욕구를 자극해주는 소통을 해야 한다. 인문사회계열, 예술 등을 전공한 청년들이 만든 인디 브랜드는 한국의 감각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는 첨병이 될 수 있다. 그들이 각개전투를 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인디 브랜드는 위기의 제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청년과 국가 경제에 힘을 줄 수 있다. 정부가 한중 FTA를 앞두고 골목 속 인디 브랜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ㆍ공공소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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