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몰 전자 매장 상당수가
재계약 연장 불가 통보받아
"면세점 입점 위해 매장 정리" 소문
"어디로 가야할지…" 영세 상인 시름
단통법 한파 휴대폰 매장은 이중고
몰측은 "면세점과 무관… 억측" 주장
“당장 어디 가서 뭘 해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합니다.”
11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만난 김한곤(가명)씨는 한숨부터 쉬웠다. 이 곳에서 수 년째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 중인 그는 삶의 터전인 아이파크몰에서 하루 아침에 내몰리게 됐다.
아이파크몰은 전자랜드와 더불어 국내 전자제품 판매의 메카로 꼽히는 용산전자상가의 양대 축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파크몰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 탓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예전 같지 않자 운영업체인 현대산업개발이 호텔신라와 손잡고 이 곳에 전자상가 대신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시내 면세점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 불똥이 이 곳에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을 꾸린 상인들에게 떨어졌다. 최근 아이파크몰에서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상당수 영세 매장들이 재계약 연장 불허 방침을 통보 받았다. 이 곳에선 1개층 당 50~60개 매장들이 노트북 데스크톱 컴퓨터(PC)와 디지털카메라, 세탁기, 냉장고 등을 판매하고 있다. 김씨는 “중소형 디지털 기기나 대형 가전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3,4,5층 일부 매장들이 아이파크몰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구두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9월까지 매장을 철수해야 하는 업체들이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은 아이파크몰이 재계약을 하지 않은 이유를 시내 면세점 유치를 위한 공간 확보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호텔신라와 손잡고 용산 아이파크몰에 최소 1만2,000㎡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시내 면세점을 유치할 계획이다.
시내 면세점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특히 정 회장은 관세청에 제출할 용산 아이파크몰내 면세점 설계 도면까지 직접 챙기는 등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 매장이 몰려 있는 8층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8층은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한파까지 겹쳐 타격이 더 컸다. 이 곳에서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는 박상훈(가명)씨는 “휴대폰 매장 중에서도 아이파크몰과 재계약을 하지 못한 곳이 많다”며 “단통법 때문에 손님이 뚝 끊긴 판국에 어디로 옮겨야 할 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이런 고민마저 외부에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정을 외부에 알린 고발자로 낙인 찍히면 현재 진행중인 매장 재계약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이파크몰에서 가전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상인들은 현대산업개발의 면세점 사업 계획 때문에 쫓겨난다고 생각한다”며 “사전에 충분한 시간을 주고 미리 얘기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통보를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파크몰측은 상인들의 매장 재계약과 시내 면세점 유치는 별개 사안이란 입장이다. 아이파크몰 관계자는 “재계약 과정에서 임대료 인상 때문에 원활한 협상을 하지 못한 일부 매장들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내 면세점 유치 때문에 상인들을 내몰고 있다는 주장은 억측”이라고 해명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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