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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복 복지 안된다는 복지부, 경남도 사업은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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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중복 복지 안된다는 복지부, 경남도 사업은 봐주기?

입력
2015.05.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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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한 무상급식 예산 643억 붓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수용 결정

제동 건 다른 지자체와 형평 어긋나`

경상남도가 학교 무상급식을 중단한 예산으로 시행하고 있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4개월이나 결정을 미루다 결국 사업 시행을 수용했다. 지방자치단체나 중앙부처가 복지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려면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과잉ㆍ중복 복지를 막기 위해 복지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난해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사업 등에 대해 사업 중복 등을 이유로 시행을 막은 전례가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지부 관계자는 11일 “경남도가 올해 1월 협의를 요청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에 대해 검토한 결과 다른 복지 사업과 거의 중복되지 않아 지난 8일 ‘변경ㆍ보완 후 수용’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변경ㆍ보완 후 수용은 사업의 세부 내용 몇가지만 수정한 후 그대로 시행하라는 의미로, 사실상 수용과 같다.

경남도의 교육지원사업은 최저생계비 250%(4인 가구 기준 월 417만원) 이하 가구의 자녀 1인당 연간 50만원 상당의 교육방송 교재비와 수강료, 보충학습 수강권을 등을 지급하는 것으로, 무상급식 예산 643억원이 고스란히 이 사업에 쓰인다.

당초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4인 기준 월 소득 166만8,329원 이하) 자녀에게 입학금 및 수업료 133만5,000원, 교과서비 13만원, 부교재비 3만9,000원, 학용품비 5만3,000원을 지원하고 있는 복지부 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이 지원(교육급여)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이 중위소득 50%(211만원) 이하로 확대돼 중복 지원받는 학생 수는 더 많아진다. 또 교육부도 저소득 가정 초중고생에게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60만원, 인터넷통신비 23만원 등을 지원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책 구입비 등 지원사업인 ‘문화누리사업’, 기획재정부의 청소년 캠프 지원 사업인 ‘지역사회서비스투자사업’ 등과의 중복 여부를 검토한 결과 유사ㆍ중복 사업이 없다고 판단해 경남도의 요청을 모두 수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사업 중 사설 온라인업체 수강 제한 등 세부 내용 3가지만 보완해 시행하라고 통보했다.

중복 사업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교육급여에 교재비 지원도 있느냐”며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지만, 경남도의 지원금 50만원이 전액 교재비 구입에 사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중복되는 건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며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결정에 4개월이나 걸렸지만 복지부 사업과의 중복 여부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경남도가 정부와 협의 중인 상황에서 사업 시행을 준비하자 “협의 절차를 준수하라”며 경고성 공문을 내려 보냈지만 결국 “모두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판단은 이전 다른 지자체 사례와 비교할 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지난해 강원 횡성군이 저소득층 노인에 대해 최대 150만원의 보청기 구입비 지원 사업을 하려고 하자 지원금이 많아 다른 시군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며 불수용 했다. 또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지원 시간을 24시간까지 늘리겠다는 대구시의 복지 사업도 수급자와 비수급자의 형평성 등의 문제를 들어 불수용 했다.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 시행 이후 142건의 협의 요청 중 95건(66.9%)만 수용됐고, 나머지 불수용 된 사업들은 중단됐다.

김잔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복지부는 사회보장기본법 시행 후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등 지자체 복지사업에 대해 계속 제동을 걸어왔다”며 “그런데 기존 사업과 많이 중복되는 경남도의 교육지원사업만 수용한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정책적 일관성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부는 경남도의 무상복지 중단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장애물까지 없애준 것”이라며 “이 예산이 어디에서 나왔으며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고려해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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