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수(두산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야구는 때론 잔인하다. 빗맞은 안타가 타율을 올려주는 반면 배트 중심에 걸린 잘 맞은 타구는 번번이 야수 정면으로 가 타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기록 스포츠'의 함정이다.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사령탑들은 "타구의 질은 좋았다", "투수의 구위는 좋았다"며 결과보다 내용에 포커스를 맞추곤 한다.
김현수(27ㆍ두산)는 11일 현재 시즌 타율이 3할3푼9리다. 115타수 39안타에 홈런 4방, 18타점을 수확했다. 시즌 내내 준수한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퇴출된 외국인 타자 잭 루츠 대신 4번을 맡으면서도 부담감을 이겨내고 있다. 3번으로 나섰을 때 타율(0.326)보다 4번으로 출장했을 때 타율(0.385)이 높다.
그런데 지난주 LG와 한화를 상대한 6경기 기록만 보면 억울할 법하다. 당시 그는 21타수 7안타,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했는데 잘 맞은 타구가 번번이 야수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시즌 타율을 포함해 장타율, 출루율, 타점, 득점까지 모두 올라갈 수 있었지만 상대 시프트, 넓은 잠실 구장 탓에 오히려 타율이 깎였다.
5~10일 총 28타석에 들어간 그는 안타(7개)와 볼넷(6개), 삼진(2개)을 제외하고 내야 땅볼로 4차례, 외야 플라이로 9차례(희생플라이 1개) 아웃 됐다. 그 중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힌 외야 플라이가 문제였다. 7일 1번, 9일 2번, 10일 1번 등 무려 4차례나 워닝트랙에서 잡혔다.
워닝트랙은 외야수가 타구를 쫓는 중 펜스가 가까이 있음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위험 경계 지역이다. 그라운드 둘레에 설치해야 하며 폭은 최소 15피트(약 4.6m)를 유지해야 한다. 잔디가 깔린 외야의 흙길이 바로 워닝트랙이다.
김현수가 홈으로 쓰는 잠실구장은 리그에서 가장 크다. 좌우 펜스가 100m, 가운데 펜스까지는 125m나 된다. 타석에서 봤을 때 워닝트랙도 상당히 멀다. 따라서 잠실구장 워닝트랙에서 잡힌 타구는 문학구장(좌우 95mㆍ중앙 120m), 사직구장(좌우 95mㆍ중앙 118m) 목동구장(좌우 98mㆍ중앙 118m) 마산구장(좌우 97mㆍ중앙 114m) 등에서는 홈런 또는 담장을 직접 때리는 타구로 변한다. 지난주 김현수가 억울할 법도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현수는 의식하지 않고 있다. "다 지나간 일"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11일 "좀 더 멀리 보냈어야 했는데, 내가 부족한 탓 아니겠느냐"며 "시프트에 걸리든, 워닝트랙에서 잡히든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그러면서 "타격감이 나쁜 편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투수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한다"며 "매 타석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게 유일한 목표다"고 말했다.
4번 타자도 특별한 것은 없다. 그는 "아무래도 초구부터 공이 쉽게 들어오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금 침착하게 치려는 것 말고는 바뀐 것이 없다. 욕심 없이 매 타석 집중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뒤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최대어'로 거론되는 김현수이지만 부처가 다 됐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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