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 폭죽처럼 터지는 계파 갈등
'공갈 발언' 정청래 여수 찾아 주승용 최고위원에 사과 전해
"사과 수습은 본질 비켜가는 일"… 김 前 공동대표 발언 일파만파로
"당 쪼개지나" 우려만 깊어져
새정치민주연합의 잠복한 계파 갈등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재보선 참패 이후 침묵을 지키던 김한길 전 대표가 문재인 대표를 향해 사실상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김 전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갈발언’ 에 대한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며 “문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발언이 공개되자 당 내부에선 ‘김 전 대표가 문 대표에게 사실상 당대표 사퇴 결단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친노와 비노 갈등이 결국 당의 분열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급속도로 퍼졌다.
김 전 대표는 7일 문 대표와 저녁 회동 사실까지 상세히 거론하며 문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저는 문 대표가 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인 대안을 말씀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그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 의견을 구했을 뿐"이라고 문 대표를 비판하면서 “저는 상황의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씀드렸고, 문 대표의 결심이 서고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면 그때 연락을 달라고 말하고 헤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전 대표는 자신의 최측근인 주승용 최고위원 사태에 대해서도 “공갈 발언에 대한 사과만 있으면 상황이 수습될 것처럼 말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비켜가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전 대표는 “대표 사퇴를 촉구한 것은 아니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다. 김 전 대표 측은 “친노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야권을 대표하는 진정한 (대권)주자가 될 것인지를 선택하라’는 뜻이었다”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친노와 구분 짓고 진정한 야당의 대표로 거듭나라는 압박의 의미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새정치연합의 계파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중진 의원은 “결국 문 대표가 백기를 들고 비노 중진들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회의체가 구성돼 내년 총선 공천에 비노 진영의 영향력이 확보될 때까지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문 대표의 묘수가 없다면, 지도부 흔들기와 계파 갈등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김 전 대표의 직격탄으로 문 대표는 더욱 곤궁한 입장이 됐다. 이날 주승용 최고위원과 정청래 최고위원 사이에 화해 무드가 형성된 점을 감안하면 문 대표 입장에서는 ‘첩첩이 산중’인 형국이다.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노 수장의 말이 없어질 때까지 노력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두 최고위원 사이의 파열음은 대체로 봉합되는 분위기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주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전남 여수까지 찾아 사과의 뜻을 전했고 주 최고위원도 정 최고위원의 사과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의 사과 결정은 문 대표가 전날 정 최고위원을 만나 직접 사과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주 최고위원이 전화로 ‘여기까지 내려와줘서 고맙고, 사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주 최고위원은 사과를 수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 최고위원이 사과와 함께 복귀도 종용했지만 사퇴철회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주 최고위원 복귀를 위한 최종 설득이라는 숙제가 남았지만, 적어도 사태 해결의 첫 실마리는 풀린 셈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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