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속 수사 땐 남은 成리스트 부담, 이완구 등 수사 강도 약해질 가능성
성 前 회장 측근들 이미 구속돼 "지류에만 칼 휘둘러" 비난도 우려
수수금액 2억원 밑도는 소액 탓, 일부선 불구속 기소 목소리도
‘성완종 리스트’의 첫 수사타깃인 홍준표(61) 경남지사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증거인멸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볼 때 영장 청구가 원칙이라는 시각이 많다. 홍 지사가 현직인데다 그가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이 검찰의 정치자금법상 구속영장 청구기준인 2억원을 밑돌아 불구속 기소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검찰 수뇌부가 정무적 판단을 할 경우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이 크고, 수사팀의 의지가 강하면 영장청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홍 지사에 대한 구속수사의 주요 근거는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면 참고인 간 말 맞추기 등에 의해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법원이 판단하는 구속 기준도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이다. 이미 홍 지사의 측근인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엄모씨가 1억원 전달 사실을 밝힌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홍 지사가 아닌 나경범) 보좌관에게 돈을 준 것으로 하면 안되겠느냐”는 취지로 회유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수사팀이 김 전 비서관에 이어 11일 엄씨를 소환 조사 한 것도 윤 전 부사장에 대한 추가적인 회유를 차단하고 홍 지사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 지사가 윤 전 부사장의 ‘배달사고’를 공개 주장하고, 성 전 회장의 정치권 추가 로비 의혹 등을 제기하는 등 연일 장외 여론전을 펴는 부분도 수사팀 입장에서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주요 참고인 진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홍 지사가 ‘성완종 리스트’등장인물 8명 중 첫 수사 대상인 것도 검찰로선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다. 1억원 전달자의 진술까지 확보된 상황에서 홍 지사가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될 경우 다른 7인에 대한 수사는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당장 3,000만원 수수혐의를 받고 있지만 목격자가 불분명한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수사 강도 역시 심각하게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증거인멸 혐의로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부장(성 전 회장의 비서실장)가 이미 구속된 상황이다. 홍 지사가 불구속 기소되면 “검찰이 사건 본체는 놔두고 지류에만 칼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면 불구속 수사에 무게를 두는 쪽은 홍 지사의 수수금액 1억원이 기존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관행에 비춰 소액이란 점을 들고 있다. 내규 등으로 정해지진 않았지만 검찰은 2억원 미만일 경우 법정에서 실형이 선고된 사례가 적기 때문에 2억원 이상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다. 홍 지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 될 경우 검찰이 입을 타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홍 지사가 “검찰이 정치 브로커의 농간에 놀아나 짜깁기 수사를 한다”며 연일 맹공을 퍼붓는 상황에서 영장이 기각 되면 이후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선출직인 현직 도지사를 구속할 경우 도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간다는 점 역시 검찰의 고민이다. 수사 관계자는 “이 사안은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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