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가 처음 사회문제로 비화한 것은 2004년 11월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이었다. 휴대전화를 이용해 답안을 전송하거나 아예 대리시험을 치른 일이 전국적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314명의 부정행위자를 적발해 모두 0점 처리했다. 2005년엔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됐다. 그런데도 30여명이 휴대폰 소지죄로 ‘0점 처리, 다음해 응시 금지’ 조치를 받았다. 처벌이 과하다는 여론이 일자 ‘다음해 응시 금지’는 정상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조치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미국 하버드대학 기말고사에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 집에서 치르는 리포트 시험(Take-home exam)이었다. 270명 수강생의 절반 정도에서 답안을 베끼거나 도움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총장이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학생들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미국의 대학은 부정행위 적발 시 대개 한 학기 정학과 40시간 사회봉사, 두 번째 적발되면 세 학기 정학과 40시간 이상 사회봉사 처분을 한다. 물론 논문 작성은 더 엄격하다. 졸업한 이후라도 소급해서 처벌된다.
▦미국의 시험부정(Cheating)은 우리의 컨닝(Cunning)보다 훨씬 반(反)사회적 개념이다. Cheating은 사기 속임 협잡 등의 의미로 아예 불의나 범죄행위로 간주되고 있다. Cunning의 의미에는 교활한 잔꾀, 교묘한 솜씨나 숙련된 기능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시험 부정행위을 대하는 시각 차를 엿볼 수 있다. 미국 대학생들이 선언한다는 명예강령(Honor Code)에는 ‘우리는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지 않음은 물론 타인의 불의를 보았을 때 당당히 공개적으로 지적한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서울대에서 중간고사 시험부정이 확인돼 재시험을 치렀다. 시험 감독관이 적발한 것이 아니라 한 학생의 지적으로 부정행위가 드러났다고 한다. 그러자 지난 해에도 집단적 컨닝이 있었음이 알려졌고, 이러한 폭로는 더 이어질 듯하다. 컨닝을 경쟁사회의 부산물로 여겨 관대하게 대하는 분위기가 문제다. 다른 경쟁자들에게 명백한 피해를 입힌다는 사실만으로도 범죄임이 분명하다. 정직하지 못한 지성이 묵인될 때, 그것이 어떻게 사회의 악으로 변하는지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정병진 논설고문 bjj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